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유사도 가격으로 경쟁해야

“영업이익률이 1.4%인데 어떻게 가격경쟁을 더 하라는 말입니까.”(함재덕 한국주유소협회장) 12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주유소협회 기자회견장. 일선 주유소 사장들과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함 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주유소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밝힌 내용에서는 전국 1만2,139개 주유소 중 월평균 1,000드럼 미만을 판매하는 영세업체가 63%이며 지난 2006년 기준 이들의 월평균 영업이익률은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선 주유소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지 엿볼 수 있는 수치다. 대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른바 ‘목 좋은’ 주유소도 있지만 극소수다. 국내 전체 주유소 가운데 월평균 3,000드럼 이상을 판매하는 주유소는 전체의 2.3%인 278개에 불과해 업계에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한 상황이다. 이날 주유소협회 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짜로 원망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국내 정유4사다. 정유사가 석유제품 도매 대리점과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낮추지 않는데 왜 가족 노동을 투입해 근근히 먹고 사는 일선 주유소에만 희생을 요구하느냐는 것. 국내 정유4사는 기름값 인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휘발ㆍ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시세와 연동해 결정하고 있다”며 이를 외면해왔다. 막무가내로 기름값을 내리라고 할 경우에는 수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덧붙였다. 그러나 정유사의 이 같은 논리는 실상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정유사들은 국내 판매량 증대를 위해 막대한 광고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폴사인이 붙은 주유소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주유소 간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폴사인이 붙은 주유소에 미모의 도우미를 보내 판촉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석유제품 공급가격은 ‘국제시세 연동’을 운운하며 경쟁을 피해 사이좋게 마진을 고수하는 게 정유사들의 오랜 관행이다. 최근의 고유가로 인한 사회적 고통은 유류세 인하 같은 ‘편리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시장에서 해결돼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기름값이 내려가게 하려면 주유소 뿐만 아니라 대리점ㆍ정유사들도 가격으로 경쟁하게끔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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