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악의 대중화, 퓨전의 힘

풍물장단에 드럼등 서양악기 더하고<br>판소리에 뮤지컬 접목 '고루함' 해소<br>"동서 음악 어우러진 색다른 場" 호응

현대판 판소리 '사천가 2010'의 한 장면

키네틱(Kinetic) 국악그룹 '옌'

국악이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신을 거듭하면서 정통 국악을 낯설게 받아 들였던 젊은 층이나 클래식 화법에 익숙한 서양 사람들에게 현대적 감각을 덧댄 퓨전 국악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음악적 뿌리는 전통에 두면서도 서양의 장르를 결합한 국악 공연이 잇따라 선보이는가 하면 서양 악기의 연주법에 국악적 기법을 더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창조하는 뮤지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오르는 '사천가 2010'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21세기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현대판 판소리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의 특성상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선 요즘 세대가 흔히 쓰는 말투를 고스란히 대본에 담고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아 '판소리의 고루함'을 지혜롭게 해소했다. 기존 판소리가 고수 한 사람의 장단에 맞춰 공연되는 것에 비해 '사천가'에선 판소리의 선율과 장단에다 베이스와 타악기, 아프리카 젬베와 한국 장구가 어우러져 동양과 서양, 판소리와 뮤지컬의 기분 좋은 만남을 성사시켰다. 특히 지난 5월 폴란드 콘탁국제연극제에서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한 소리꾼 이자람 씨가 음악감독과 주인공 순덕이 역할을 맡고 있으며 오는 10월과 11월에도 미국과 프랑스 무대를 찾을 예정이다. 이자람 씨는 "그 동안 국악계에선 수궁가ㆍ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만 정통 판소리로 인정 받을 뿐 창작 작품이 수혈되지 못했다"며 "현대적 감각과 기법을 적용한 창작 판소리를 통해 판소리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고 밝혔다. 5인조 퓨전국악그룹 '이스터녹스(Easternox)'는 오는 8월 22일 국립국악원 주최 초록음악회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이스터녹스란 이름은 동쪽을 뜻하는 'Eastern'과 춘분ㆍ추분을 뜻하는 'Equinox'를 합친 것으로 춘분과 추분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것처럼 동양과 서양의 균형을 찾아보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이 그룹은 전통 장단이 갖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양분으로 삼아 색다른 음악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드럼과 키보드 소리가 배경에 깔리는 이스터녹스의 음향은 유럽의 밴드를 연상시키지만 곧바로 북과 대금이 끼어들면서 한국적 색채가 깊게 스며든다. 음향의 '동서융합' 외에 이스터녹스 연주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6채ㆍ7채ㆍ화청장단ㆍ우질굿ㆍ좌질굿과 같은 전통 풍물의 장단이다. 얼핏 발라드와 비슷하게 들리는 곡에도 밑바탕에는 드러머와 장구, 북이 변주하는 풍물 장단이 전통의 색감을 풍성하게 빚어낸다. 키네틱(Kinetic) 국악그룹 '옌'은 젊은 국악을 선보이는 여성 7인조 국악그룹으로, '움직이는 국악을 하는 예인(藝人)'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결성된 옌은 현 시대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낸 창작 음악을 바탕으로 국악과 젊은 세대간의 소통을 시도하는 뮤지션이다. 옌은 오는 9월 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아트 옌 더 시티(Art YIEN the City)'를 주제로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소설가 구보 박태원 탄생 101주기를 기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각색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 국악, 모션그래픽, 애니메니션 등을 망라해 볼거리가 풍성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젊은 국악인들이 새로운 호흡법으로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최근 국악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며 "권위와 관념의 틀을 벗고 새로운 기법으로 국악 영역을 개척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지만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은 그러나 "현대적 색채를 입혀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 잡혀 전통이 갖고 있는 맛과 멋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