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조기졸업/의미] 경제주권 찾았어도 앞길 산넘어 산

국가신인도·국제금융시장 위상 제고 기대 >>관련기사 우리나라가 23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195억달러중 마지막 남은 1억4,000만달러를 상환함으로써 빼앗겼던 경제주권을 되찾게 됐다. 경제주권 회복에 꼬박 3년8개월이 걸린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5월로 예정됐던 상환일정을 3년 앞당겨 빚을 모두 청산해 IMF과정에서 조기졸업했다. 학교로 따지면 우등졸업이다. 그러나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잔치분위기에 젖어있을 수만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 어떻게 갚았나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빌린 돈은 대기성 차관(Stand-By Loan) 60억달러와 보완준비금융(SRF) 135억달러 등 총 195억달러다. 당초 210억달러를 빌리기로 했으나 외환보유액이 꾸준하게 늘어 대기성차관 15억달러는 인출하지 않았다. 이 중 만기가 짧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보완준비금융자금은 지난 99년 9월 예정을 9개월 앞당겨 갚았고 이번에 갚은 돈은 올해초부터 상환을 시작한 대기성차관이다. ◆ 급한 불은 껐다 조기졸업의 영예를 안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그만큼 나라살림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7년 12월 18일 39억달러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은 977억8,000만달러로 세계 5위 수준까지 올라섰다. 만신창이가 된 경제로 인해 투자부적격(B+)까지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인 BBB로 올라섰으며 연 30%대를 넘었던 금리는 6%대로 급락해 저금리시대를 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보면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할수 있다. ◆ 가장 큰 성과는 위기 극복능력 확인 IMF조기졸업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환란의 사슬에서 벗어났다는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전달함으로써 국가신인도를 높일 수 있으며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어깨가 축 처졌던 해외영업맨들도 더 이상 움츠러들 필요가 없어졌다. 위기극복의 주역은 환란으로 무너져버린 중산층과 서민들이었다. 단 한푼의 달러가 아쉬울 때 국민들은 옷장속의 금을 꺼내 22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IMF조기졸업의 가장 큰 의미는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쓰라린 경험을 반성의 계기로 지난 3년8개월동안 기업,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선 대우, 기아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대마불사의 신화가 무너졌으며 180만명이 넘는 실업자로 인해 노숙문화가 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IMF에 의해 경제신탁이 이뤄지면서 기존의 경제시스템은 완전히 해체되고 한꺼번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요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수술대위에 올랐으며 685개 금융기관이 정리됐다. 금모으기에 가장 열심이었던 중산ㆍ서민층들은 더욱 벌어지는 소득격차에 소외감을 느껴야 했으며, 그럼에도 국민부담만 가중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득계층간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IMF관리체제 초기 0.283에서 지난해 0.317로 크게 높아졌다. 기간을 짧았지만 40년간의 변화를 훨씬 압도했다. 뼈아픈 역사의 기억들이다. ◆ 앞으로 과제 졸업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또 그동안의 성과보다는 실수가 더 많아 지금부터 개선해야 할 점도 산적하다. 신속한 부실기업 처리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나라 밖의 불확실성이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겠지만 안고 있는 뇌관을 가능한 한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정부는 무리한 개혁프로그램을 강하게 추진하다 숱한 실수를 저질렀다. IMF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여과없이 들여오다 사회적비용만 엄청나게 키웠으며 장기적 안목없이 구조조정을 단 칼에 하려다 빅딜(사업맞교환) 모두를 실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정부도 아직은 구조조정이 미완의 개혁에 그치고 있으며, 시장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반성이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는 경제주권을 되찾은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접목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정치도 선진화의 길로 빠르게 접어들어야 하고 노사관계도 안정되어야 위기재발을 막을 수 있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해야 하며 개혁프로그램에도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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