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균형발전委의 양심고백?

지난 7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 구상’을 브리핑하며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방기업의 법인세 대폭 경감을 추진하는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협의가 안됐다”고 두 차례나 인정했기 때문이다. 기사 문장도 정부 관계자가 협의 부재를 ‘인정’했다는 그런 어법으로 나갔다. 재경부 측은 법인세 경감 추진 발표 당일까지도 “부처간 협의 중”이라며 관계부처 이견 사실을 노련하게 피해갔는데 균형위는 그렇지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부 내 이견과 준비 부족을 기자들에게 가감 없이 드러내는 형국이 되고 만 것이다. 강태혁 균형발전위 기획단장이 방송사 카메라까지 동원된 공개석상에서 솔직하게 부처간 의견 차이를 시인하자 기자들은 정부의 지방기업 법인세 경감 추진이 엄청난 험로에 직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를 비롯해 상당수 언론은 ‘2단계 균형발전 구상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대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민감한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기업 지방 이전은 세제 인센티브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행정만능주의이자 선심성 공약에 불과하다”고 험담을 쏟아냈다. 브리핑 결과가 예상치 않게 꼬이자 강 단장과 균형위 홍보팀장은 기자와 편집국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협의가 안된 것은 맞지만 ‘협의 안된 것을 인정했다’는 식의 표현은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만 기사 문구를 통째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균형위가 법인세 경감에 대해 “부처 협의가 안됐다”고 밝힌 것은 언론이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대책이 부족한 채 발표부터 먼저 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기업의 법인세 경감 추진을 선언했지만 실행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사안이라면 국민들에게 진상을 진솔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정부 관계자 스스로 그것을 인정해 인정했다고 쓴 게 아닌가. 기자가 그날 브리핑을 ‘균형위의 양심 고백(?)’으로 해석한 게 오해라면 오해겠지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