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이젠 원전센터 지어야 할때

김종신<한국서부발전 사장>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과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7일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정책을 발표했다. 73년 이후 중단됐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너지원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현재 전체 전기 생산량 중 40%를 원자력발전소에서 감당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의 필연적 부산물이 이른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이를테면 원자력발전소의 운전원이나 보수 요원이 사용했던 작업복ㆍ휴지ㆍ덧신ㆍ장갑, 그리고 각종 필터와 수지와 같은 교체부품 등의 방사선 세기가 낮은 것을 말한다. 현재 18기의 원전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원전수거물은 오는 2008년이면 포화 상태가 돼 원전수거물의 건설이 시급한 상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19년 동안 원자력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에 실패했다. 실패 요인이야 여러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정책에 대한 홍보와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실패 경험을 통해 3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그동안 문제시됐던 사용 후 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분리해 추진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법을 기반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만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또 부지 선정 절차와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함은 물론 유치신청지역을 주민투표에 의해 정하도록 하고 선정된 유치지역에는 약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 지급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반입 수수료 지원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이같이 정부는 이번 중저준위수거물 처분시설 지역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장하고 있다. 국민들이 염려하는 것은 안전성 문제이다. 그러나 중저준위수거물 처분장은 안전하다. 중저준위 처분시설에서 배출되는 방사선량은 엑스레이 한번 찍을 때 나오는 방사선량에 비해서는 10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가 실생활에서 쬐일 수밖에 없는 자연방사선 양의 100분의1도 안되는 적은 양이기 때문에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만에 하나 위험에 대비해서 수거물 등은 철제 드럼이나 콘크리트 용기에 밀봉돼 이중ㆍ삼중의 방벽으로 보호되는 저장소에서 모두 자연 상태로 돌아가도록 건설된다. 세계 33개국 70여곳에서 중저준위수거물 관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전력공사 근무 시절 파리사무소장으로 부임해 4년 이상을 프랑스 현지에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항구도시 셰르부르에 인접한 라망쉬라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69년부터 아무 문제없이 안전하게 운영됐고 현재는 포화돼 오브 방폐장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90년 무렵 당시 본인의 안내로 원전 시찰 국회의원들이 현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파랗게 펼쳐진 아름다운 잔디 위를 걷던 의원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의 지하가 원전수거물 처분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잘 관리되고 있다면 원전수거물 처분장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인정했다. 어떤 의원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뤄 건설된 라망쉬 원전수거물 현장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해야겠다며 얻어가기도 했다. 프랑스는 안정성 확보와 철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히려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불러왔다. 또 환경의 나라 스웨덴의 경우 발트 해변에 포스마크라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에서조차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이면서도 52기의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로카쇼무라에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92년 시설 입지 이후 이곳 주민소득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지방 재정도 흑자를 기록하는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총 1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고 세계 6위의 원전운영 국가로서 원전기술을 수출까지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아직 원전수거물 관리센터를 위한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는 6월 초 부지선정 공고를 내고 8월 초까지 신청을 받은 후 주민투표와 부지조사를 거칠 계획이다. 이어 부지선정위원회에서 결과를 종합해 10월 말이나 11월 초쯤 방폐장 설치지역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이렇듯 부지선정부터 절차적 민주성,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갈망하는 우리는 귀중한 후손들에게 풍요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책사업이 원활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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