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너무 힘이 드신지 애교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영감~ 나좀 업어줘!"
할아버지도 무지 힘들었지만 남자체면에 할 수 없이 업었다.
그런데 할머니 얄밉게 묻는다. "무거워?"
그러자 할아버지 담담한 목소리로.
"그럼~ 무겁지! 얼굴 철판이지, 머리 돌이지, 간은 부었지. 많이 무겁지!"
그러다 할머니를 내려놓고 둘이 같이 걷다가 너무 지친 할아버지, "할멈~ 나두 좀 업어줘!"
기가 막힌 할머니 그래도 할 수 없이 할아버지를 업는다.
이 때 할아버지 약올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생각보다 가볍지?"
할머니 찬찬히 자상한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며,
"그럼~ 가볍지.머리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 없지, 밥맛 없지. 너~무 가볍지!"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