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지주 계열 증권 CEO로는 가기 싫은데…

자본시장 무경험 은행임원 실적 쌓기 어려워 기피


금융지주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은행 출신이 독식하고 있지만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을 무대로 한 계열사에는 은행 출신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쌓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열사를 기피한 결과로 풀이되는데 한마디로 낙하산도 골라 간다는 의미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ㆍKBㆍ우리ㆍ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 계열사 중 자본시장을 주무대로 영업하는 곳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자문사, 프라이빗 에쿼티(PE) 등을 포함해 총 10곳이다. 이 중 은행 출신 CEO는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과 조용병 신한BNP자산운용사 사장 등 2명뿐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씨티은행과 PCA생명을 거친 외부인이고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과 이승주 우리PE 대표 역시 각각 유리자산운용과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출신으로 3곳 모두 비은행원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다.

KB금융 역시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이 각각 현대증권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거친 외부인력이며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양기석 신한프라이빗에쿼티투자자문 대표도 각각 자문사와 보험사 출신이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도 UBS서울지점 대표를 거친 비은행원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결과이며 특히 은행 출신이 금융지주 자회사의 CEO 자리를 독식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깬 모범사례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곳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보험사나 카드사ㆍ캐피털 등 다른 계열사 역시 마찬가지"라며 "은행 출신들이 자신 없는 분야를 기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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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ㆍ자산운용사 등은 대표적인 '경기연동형' 금융사로 평가된다. 보험이나 저축은행은 미리 쌓아놓은 자산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경기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증권사ㆍ자산운용사 등은 경기나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유출입이 급변해 실적 쌓기가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4대 지주계열 생명보험사 중 김석남 KB생명 사장만 외부(삼성생명) 출신이다. 권점주 신한생명 사장,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김태오 하나HSBC생명 사장 등은 모두 해당 은행에서 부행장을 역임한 후 계열사 CEO로 내려왔다. 카드사와 캐피털사 역시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을 제외하고 전원이 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또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 출신 중 증권시장에 들어가 성과를 낸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만큼 은행과 증권사의 생리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어려워지면 당장 실적이 급감해 경영평가 점수가 낮아질 텐데 누가 가고 싶어하겠느냐"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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