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위안화 절하가 시장에 주는 신호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역시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잇따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 대비 3.5% 평가절하하자 전 세계 주식·채권·외환·원자재 시장이 들썩거렸다. 정작 중국은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 역외환율과의 차이를 좁히고 매일 고시되는 환율을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바꿈으로써 위안화를 국제준비통화로 만들기 위한 밑바탕을 깔았다. 중국은 달러·유로·파운드·엔으로 구성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위안화도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금융시장이 낙후돼 있다는 지적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 후보자격을 검토하는데 이번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중국은 실리도 덩달아 챙겼다. 지금까지는 내수 위주의 경제로 변화하는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달러화에 일부 연동된 위안화 통화는 달러와 더불어 강세 흐름을 탔다. 이는 내수 기반을 형성하기에 앞서 국내에서의 '버블'을 형성시켰다. 최근 주식 버블이 급격하게 붕괴하면서 내수 위주로 전환하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지난 7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8.3%로 감소했다. 예상보다 큰 하락폭이다. 중국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안화 절하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중국이 명분과 실리를 채운 대가를 다른 누군가가 치러야 한다. 우선 세계는 새로운 환율전쟁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엔화와 유로의 평가절하가 주류를 형성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 경제를 살려야 했다. 2012년 이후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엔화는 30%가 절하된 반면 위안화는 20% 이상 절상됐다. 덕분에 일본은 33개월 만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유로화의 약세로 독일은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5%에 달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함에 따라 신흥시장까지 환율전쟁에 나선 꼴이 됐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평가절하는 승자는 없고 시장의 혼란만 남길 것이다. 경제대국의 환율전쟁에 신흥시장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아울러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제품 가격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전 세계 경제는 다시금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평가절하의 폭이 커지면 디플레이션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 각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이 아직 세계 경제를 떠받칠 만한 구조와 체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세계 시장에 다시 몸을 기댔다. 예견된 수순이다. 위안화 절하는 일회성 조치가 아니다. 앞으로 시장 변화의 한 축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 변화의 마무리 단계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