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코스닥 등록기업 거래소 추월 '눈앞'

개설 5년만에 증시 양대軸 '우뚝' >>관련기사 이 달 중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수가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수를 추월한다. 코스닥 등록기업은 10일 현재 모두 682개사로 거래소 상장기업 690개사보다 8개가 적지만 이미 심사를 통과해 이달 중 등록될 기업이 최소 10개사에서 최대 18개사까지 이를 것으로 보여 이달 중 상장기업 수를 웃돈다. 등록기업이 상장기업수를 추월하는 것은 코스닥시장이 개설된 지난 96년7월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코스닥기업의 등록심사를 총괄하는 코스닥위원회는 이달 중 등록기업 수가 690여개, 다음달에는 700개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등록기업 수에서 거래소시장을 앞지른다는 것은 코스닥시장이 명실공히 거래소시장과 함께 양대시장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이 같은 화려한 외형적인 성장과는 질적인 개선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잊혀질 만하면 터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행위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도 문제다. 코스닥시장의 비약적인 성장과정과 이에 따른 문제점 등을 종합분석한다. ◇양적인 팽창은 일단 성공적 현재 코스닥시장등록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이 97개사나 되고,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부지기수여서 등록기업 수는 앞으로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란 얘기다. 코스닥시장은 이른 바 '닷컴(.com)'으로 불리는 인터넷 붐과 신경제(New Economy)신드롬,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책이 어우러지면서 지난 99년과 2000년 폭발적으로 신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359개 등록기업으로 출발한 시장은 98년 331개사로 소폭 줄다 99년 457개, 2000년 608개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도 97년 7조원대에서 이날 현재 43조원으로 6배나 증가했다. 닷컴 열풍이 불었던 지난 99년에는 한때 100조원을 넘기도 했다. 반면 거래소시장은 신규 상장되는 기업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상장조건을 지키지 못해 퇴출되는 기업도 늘어나 상장기업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 97년 776개를 최고로 98년 748개, 99년 725개, 2000년에는 704개로 감소했다. 강정호 코스닥증권 사장은 "코스닥시장은 과거 거래소시장의 보완개념에서 이제는 대등한 지위를 갖는 경쟁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질적성장에 주력할 때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몸집만 커진 미숙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주가 작전의 천국이란 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벤처붐을 타고 본업보다는 머니게임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비 벤처가 기승을 부리며 시장을 타락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속은 썩을대로 썩었고 몸집이 너무 비대해 곧 사망할 공룡'이라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부응해 양적 팽창만 추구한 나머지 부실기업이 득실거리는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시장만 키우기 위해 정화작업에는 등한시 한 탓이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이와 관련, "이제는 투자자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퇴출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 주식시장으로서 제대로 된 틀을 갖춰야 한다"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벤처 자본시장의 파이가 커진 만큼 부실기업은 퇴출시키는 쪽으로 시장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만 우량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되 부실기업은 솎아내 탄생과 성장ㆍ소멸과정이 빠른 벤처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증권연구원에 따르면 퇴출 유예조치가 없었다면 퇴출됐을 기업이 줄잡아 50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처럼 주가 조작, 일부 영업정지 등 회사이미지나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적 요건을 퇴출조건에 포함시킬 경우 퇴출 기업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투자자와 시장관리자의 감시기능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주주와 사장이 가담한 주가조작이 적발되더라도 해당기업은 버젓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시장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앞으로는 집단소송 등을 통해 경영이 불투명하고 부도덕한 기업은 스스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이젠 시장규모에 걸맞게 '썩은 과일'이 아니라 '좋은 과일'이 공정하게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코스닥시장도 나스닥시장처럼 발전할 수 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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