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서울 시내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과열조심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불안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올들어 정부가 경기침체 등을 의식,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각종 기준들을 잇따라 완화하고, 투기지역 지정을 유보하는 등 부동산 대책의 고삐를 늦추는 바람에 꺼져가던 부동산투기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이후 부동산시장이 안정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도 조금씩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올들어 경기침체가 심각해지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로 건교부의 경우 2월초 발표한 `도시 및 주거환경법` 입법예고안에서는 소규모 연립주택의 재건축을 20가구 이상만 허용하기로 했으나 최근에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기존 가구수에 관계없이 신축 가구수가 20가구 이상이면 아파트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대폭 완화했다.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재건축시장의 가격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건교부는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 허용연한을 30년 또는 40년으로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20년 이상 범위내에서 시ㆍ도가 따로 정하도록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강남구는 건물붕괴 위험이 없더라도 재건축을 통한 효용이 현저하게 증가한다면 재건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하고,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재건축안전진단 심의위원회의 의사결정방식을 만장일치제에서 다수결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투기지역 지정을 자주 유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투기지역 지정은 부동산과열 억제대책의 일환으로 현재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천안과 대전 서구ㆍ유성구만 지정된 상태.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말 인천 수원 울산 창원 익산 등 5개 도시의 경우 투기지역 지정 기본요건에 해당하지만 추가 상승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지정을 유보, 투기수요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 차원에서 21일부터 주택사업자와 구입자에 대한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1~2% 내려주는 것도 부동산시장에 투기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연구위원은 “3월부터 이라크전과 북핵, SK글로벌 사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정부가 내수진작 차원에서 부동산 부양책을 쓰면서 시장불안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