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농산물, 에너지 등 주요 상품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기록,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상품 가격 랠리는 미 경제 회복 조짐에 따라 전세계 상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데다 최근 주식ㆍ채권 외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 특히 중국의 급속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당분간 상품 가격은 고공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주말 면화 가격은 중국의 섬유산업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 예상으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면화 가격은 지난 2001년 9월 29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래 가격이 150%나 급등한 상태다. 지난 주말 소폭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유가 역시 이라크전쟁 발발 전의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금속 가격 역시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광우병 파동의 여파로 지난 5월 캐나다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한 이후 미국산 소고기 가격 역시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돼지고기 가격 역시 지난 12개월 동안 40% 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 같은 상품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도이체 뱅크의 상품 리서치 팀장인 마이클 르위스는 “금속, 농산품, 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며 “과거 이들의 가격은 별다른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상품 가격 추이를 가늠하는데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골드만삭스 상품지수(GSCI)는 올 초 2월 이라크 전 발발 당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들어 다시 치솟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상품지수 마케팅 팀장인 헤더 쉘밀트는 “올들어 GSCI지수가 20% 가량 올랐다”며 “특히 10월 들어서만 상승률이 1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수요 증가와 세계 경제 회복 등으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상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가뜩이나 항공, 선박 등 운송 요금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상품 가격까지 치솟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ㆍ선박 운임료를 나타내는 발틱 드라이 지수는 지난 달에만 50%나 폭등한 상태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우려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르위스는 “현재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리플레이션(reflationㆍ통화 재팽창) 시기”라며 “특히 채권 시장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