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선진 7개국(G7)의 긴급 공동성명은 현재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두가지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하나는 IMF내에 새로운 융자제도(NAB)를 마련키로 한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지원 기금에 세계 민간은행의 참여를 공식 요청한 대목이다.그러나 전세계 금융위기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자 하는 G7의 기대와는 달리 이같은 구상이 구체화하기에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압축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융자제도(NAB)의 설치= G7은 당장 이달 7일부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서 이 문제를 주의제로 상정,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제도에 따른 첫 수혜자가 브라질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G7과 아시아국가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IMF에 179억달러의 자금 추가지원을 결정하면서 NAB를 설치키로 한 것은 대(對)브라질 지원을 통해 미국경제의 침체를 역전시키겠다는 의도가 앞섰다는 것이다.
더욱이 NAB의 채택 여부는 보다 기술적인 문제에 들어갈 경우 더많은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사의 로버트 호맷 부의장은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기준 아래 지원을 결정할 것인가, 또 누가 그 기준을 정할 것인가, 그리고 더이상 지원이 필요없다는 것을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등 세가지 점이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 정상들은 지난 30일 성명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IMF의 개혁에는 세계 모든 국가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방 중심의 금융질서 재편에 불만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APEC 정상회담의 의장국인 만큼 이번 APEC 정상회담에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2일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과 함께 「아시아판 브래디 본드」의 발행을 추진하면서 채무보증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혀 신융자제도 설치와 관련, 다소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IMF 구제금융때 민간은행들도 참여= G7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IMF의 구제금융 제공시 민간은행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한 민간은행의 책임을 적시했다.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감행한 민간은행들이 막상 위기가 터지면 IMF 등의 구제금융으로 손실없이 빠져나갔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구체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성명과 관련, 민간은행은 일단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 브라질 정부의 민간외채 연장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이같은 참여는 비공식적인 경로로 이뤄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경로로 IMF 프로그램에 참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기국에 대해 신용대출을 유지하거나 이를 확대할 때 비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했다.
하지만 G7은 세계은행이 위기국 채권에 대해 보증함으로써 이들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민간은행의 참여로 위기국에 대한 IMF 지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만큼 G7은 내년 6월 정상회담 때까지 민간은행에 참여 압력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밖에 IMF에 대한 개혁은 미국측이 요구한 IMF의 정책결정 공개,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G7 국가의 임시위원회 권한 강화 요구 등 정책공개와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