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0월 2일] 금융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배상근/ 경제학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안으로는 높은 물가와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악재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점차 부각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거칠 것 없어 보였던 월가의 투자 은행들이 하나씩 차례로 맥없이 무너져갔다. 이제 미국의 경기부진과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자산 부실로 연결돼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 모습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연이은 구제금융으로 미국 금융시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 은행들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럽이나 중국 등 해외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파급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악재가 미국의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세계경제의 성장둔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경기부진을 동반한 금융시장 불안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기 둔화로 연결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호조세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내수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인플레이션이 국내에 수입되는 문제도 있다. 미국이 대규모로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달러화의 대체재인 국제유가가 상승하게 되고 원ㆍ달러 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화통화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되므로 향후 우리 경제는 고물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운용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경기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늘어나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금리ㆍ환율 등의 정책수단을 활용하기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의 약한 고리도 경제에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수와 고용의 부진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방의 미분양 등에 따라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저축은행의 PF대출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악화되면서 이런 국내 위험 요인들과 맞물린다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외 불안요인에 대한 정부의 기민한 대처가 요망되는 시점이다. 우선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생황에서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달러화와 원화의 유동성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개별 기업과 금융기관의 유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최근 외환정책이나 경기판단에 대한 정책 담당자들의 발언이 혼선을 빚는 듯한 인상을 시장에 주고 있으므로 정책공조를 보다 공고히 하면서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되 금융감독 기능을 효율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을 살 기회가 다가온 만큼 민간 주도로 우리 금융산업이 세계로 나설 발판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국내외 불안요인 속에서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이번 위기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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