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세대 V낸드' 메모리칩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셀(정보 저장단위)을 32단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2세대 V낸드' 반도체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저장용량을 2배 더 늘린 3세대 제품까지 먼저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해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 2위인 도시바는 연내 48단 V낸드 제품 양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삼성과의 기술격차는 1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2배 늘린 '256기가비트(Gb) 3차원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기존 2세대 128기가비트 V낸드는 셀을 32단까지 쌓았으나 3세대 256Gb V낸드 셀을 48단까지 높이 쌓아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었다. 삼성은 지난 2013년 평면으로만 배열하던 셀을 수직으로 쌓는 데 성공해 최초의 3차원 V낸드를 양산했고 이후 매년 층수를 높이며 반도체 분야에서 '초(超)격차' 전략을 유지해왔다.
3세대 V낸드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셀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둥그렇게 쌓는 △3차원 원통형 CTF(3D Charge Trap Flash) 셀 구조와 △48단 수직 적층 공정 △3비트 저장기술 등을 채용해 2세대 V낸드보다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저장하면서도 소비 전력량을 30% 이상 줄였다. 셀이 쌓인 48단 단층에는 약 18억개의 원형 구멍이 수직으로 뚫려 있으며 총 853억개 이상의 셀을 고속으로 동작시켜 한번에 2,560억개의 데이터를 읽고 쓴다.
삼성전자가 2013년 8월 최초의 V낸드(24단)를 양산한 후 매년 8월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3위 마이크론은 인텔과 V낸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4위 SK하이닉스도 올해 말 48단 시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하지만 반도체의 특성상 양산 시점이 뒤로 늦춰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 생산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시장정보조사업체 IHS가 분석한 올해 1·4분기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35.3%로 2위 도시바(28.8%), 3위 마이크론(20.6%)를 멀찍이 따돌린 상태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무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늦어도 10월 중 3세대 V낸드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실제 양산 시기를 두 달 이상 앞당겨 하반기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테라바이트(TB) SSD 제품 출시를 계기로 본격 추진하고 있는 '테라 SSD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2TB 이상의 소비자용 대용량 SSD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