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의 중재자로 친서방 노선을 견지해온 하산2세 모로코 국왕(70)이 23일 급성 폐렴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이에따라 하산 2세의 장남인 시디 모하메드(35)가 24일 부왕 하산2세의 뒤를 이어 「모하메드 6세」로서 모로코 국왕 직위를 계승했다.
국영 모로코 TV는 23일 국왕 하산 2세의 사망 사실을 공식 보도하고 장례식은 25일 정오 기도를 시작으로 거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모로코 TV는 이날 오후부터 정규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국가 정상 사망시 아랍 세계의 전통에 따라 코란 구절을 방영했다.
하산 2세는 모로코를 38년간 통치해온 아프리카의 최장수 국가 수반으로 좌익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성공적으로 견제해 온 수완있는 지도자였다.
그는 지난 70년대와 80년대에 좌익 야당의 허를 찌르는가 하면 90년대 들어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책략으로 굴복시켰다.
하산2세는 또 자신의 정적들은 분열시키고 온건 세력에 대해서는 의회 제도 안으로 수용하는 등 통치술에 남다른 재주를 지녔으며 모로코의 국왕일 뿐 아니라 정신적 지도자로 군림해 왔다.
그는 1961년 왕좌에 올라 처음에는 반식민주의 운동과 중립주의 옹호자의 이미지를 보였으나 나중에는 서방국가들의 친구로 변신했다.
1929년 7월 9일 라바트에서 출생한 하산 2세는 프랑스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53~55년에는 부친을 따라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산 국왕은 지난 95년 10월 유엔 창설 5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갔다가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여왔다.
차기 국왕인 모하메드는 지난 63년 8월 21일 수도 라바트에서 출생했으며 젊었을 때부터 부친을 따라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경험을 쌓았으며 아직 미혼이다.
한편 25일 거행될 하산2세 모로코 국왕의 장례식에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수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상 및 지도자들이 대거 조문사절로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