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차 보험 적자책임 왜 가입자만 져야 하나

금융감독원이 24년간 유지해온 자동차보험의 할인ㆍ할증체계를 바꾸려는 모양이다. 사고의 경중으로 평가하는 점수제 대신 건수가 많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게 골자다. 경미한 차량접촉이든 사망사고든 똑같이 할증을 하겠다는 의미다. 차량 증가로 보험료 지급이 늘었으니 사고다발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2000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 4,68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334억원으로 35% 이상 늘었다. 그렇다고 보험료율을 올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경쟁심화로 보험료 인상이 곧 가입자 이탈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 자동차보험 적자 축소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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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편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보험사 적자의 책임을 모두 가입자가 떠안아야 한다. 자동차보험의 인적 피해로 인한 대인배상 건수는 전체 사고의 평균 5분의1 수준. 나머지는 단순추돌 같은 경미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점수제에서 건수로 바꾼다면 배상금 지급액에는 큰 변화가 없고 할증 대상만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험료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기 방지 같은 업체의 자구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1년 적발된 자동차보험 사기액이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을 웃도는 2,408억원에 달하는 게 좋은 예다.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연간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제차나 정비업소의 과다 수리비 청구에 대한 개선의지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있었다면 적자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동차보험 적자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해법이 일방적인 가입자 주머니 털기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그보다 앞서 보험사가 먼저 사기방지와 과다지급 축소 등과 같은 적자축소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또 짐을 떠넘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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