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0월 30일 이지영이 정상을 향해 내달리고 있던 나인브릿지클래식 최종일.
갤러리들 속에서 피켓이 눈에 띄었다. 'I ♥ JEE YOUNG, LEE'를 비롯한 여러 문구 아래 '용인대학교'가 선명했다. 이지영은 그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멀리까지 응원을 보내주신 허남양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고교교사시절 대학진학 열어주기 위해
89년 중고연맹 창설 골프와 인연맺어
"앞으로도 힘미치는한 봉사하며 살겠다"
이지영을 비롯, 이미나, 문현희 등 유명 여자 선수들이 존경하는 스승으로 꼽는 허남양(57ㆍ사진) 용인대학교 골프학과 교수. 체육교사에서 지난 2000년 용인대 교수로 스카우트된 그는 89년 한국중고골프연맹을 창설해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골프교육의 산 증인이다.
허 교수는 "제자를 대학에 보내려고 이리저리 뛰다가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회고한다. 춘천교대와 경희대를 나와 체육 교사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골프를 접한 경험이라고는 경희대 시절 2학점짜리 교양과목을 이수한 것 뿐이었다"는 것이 그의 말.
그러나 서울 광남고에서 고3 담임을 하던 지난 88년 지금은 프로골퍼가 된 제자 정준걸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특기자 자격을 알아보게 됐고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대학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공인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대학입학 특례를 주는 대회가 대한골프협회(KGA)에서 주최하는 주니어 대회 몇 개 뿐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격을 따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는 설명이다.
골프를 칠 줄도 몰랐지만 제자들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대한골프협회 문을 두드렸던 허 교수는 협회의 자문을 받아 89년 연맹을 창설하고 중ㆍ고교 체육 교사들을 대상으로 5박6일짜리 아카데미를 열었다. 허 교수는 "당초 50명을 모을 계획이었지만 다들 골프가 뭔지 모르고 관심도 없어 아는 사람 다 모으다시피 해 겨우 40명을 채웠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시작이 힘겨웠던 것. 허 교수는 "아마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어려운 줄도 모르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90년 169명의 회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중고연맹은 마침 일본 고등학교 골프연맹이 KGA에 제안했던 교환경기를 대행하면서 처음부터 국제적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허 교수는 "일본 문부대신배와 미국 오렌지볼 대회 등을 통해 당시 주니어였던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등 현재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성장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주니어 선수들의 성장을 보면서 그도 공부를 계속했다. 골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용인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가르친다는 점에서는 연장선상"이라는 허 교수는 "그러나 고교 체육 교사 시절에는 골프를 한 분야로만 봐야 했다면 이제는 전문 분야로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와 인연이 닿지 않았으면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고 또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았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힘이 미치는 한 제자들을 좋은 길로 인도하고 골프계를 위해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알아서 득 되는 사람들이 많도록 살겠다"는 것이 그의 인생 모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