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용 파생상품인 키코(KIKO) 피해 사건에 대해 법원에 이어 검찰마저 은행 손을 들어줌에 따라 키코 불공정 논란은 결국 은행 측의 최종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번 무혐의 결정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키코가 불공정 상품이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 “키코, 불공정 상품 아니다”=키코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19일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 ▦은행의 사기 여부 ▦은행의 마진 과다책정 등 키코 논란의 3가지 주요 쟁점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은행이 키코 상품을 통해 최종적으로 큰 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키코 계약자체가 불공정해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소기업의 손해는 키코 자체의 불공정성이나 은행의 사기 판매 때문이 아니라 금융위기로 인한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 탓이라는 뜻이다.
검찰은 중소기업들의 불공정계약 주장에 대해서는 “은행이 취득할 수 있는 이익(콜옵션)과 기업이 취득할 수 있는 이익(풋옵션)의 가치 차이가 평균 2.5배에 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기업이 선택한 계약조건이었으며 은행이 이를 유인하거나 속일 동기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은행의 의도적인 사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은행은 계약 후 매월 기업에게 계약상황을 전하는 월말평가서를 기업에 보내는 등 기망(사기) 행위가 인정되지 않고, 기업도 은행이 일정 마진을 수취하는 것을 당연하게 봤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한 “은행이 수취한 마진은 계약금액의 0.3~0.8%로 환전수수료, 증권거래수수료 등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해도 과다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최종 판단에 관심, 기업 반발 후폭풍 가능성=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따라 키코 불공정 상품 논란의 관심은 대법원 판단에 쏠리게 됐다. 이미 1ㆍ2심이 끝난 키코 관련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법원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에게 잇따라 면죄부를 주었다. 일부 기업 승소 판결의 경우도 키코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판매자 쪽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금융사에 10% 정도 책임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도 기업측에 불리하게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ㆍ2심 법원이 은행 측의 손을 들어 준데 이어 검찰마저도 은행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 시비는 어느 정도 가려졌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 등 키코 피해 기업들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239개 기업으로 이뤄진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키코 피해업체 대부분이 은행으로부터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며 “앞서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이 은행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검찰마저 중소업체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키코 피해기업인 T사의 대표는 “지난 5월 키코 담당 수석검사가 교체됐을 때부터 무혐의 결론이 예정됐던 게 아니냐”면서 “이번 결과에 검찰 지휘부의 개입이 있었는지 석연치 않은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재정신청을 비롯해 모든 절차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