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교복만 10년을 봐왔습니다. 지금도 빅3 교복회사의 CEO들보다는 제가 교복을 훨씬 많이 보고, 학생들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수 토니 안. 본명 안승호. 90년대 가요계를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양분했던 ‘H.O.T’ 출신의 솔로 가수다. 사람들은 몇 해 전부터 토니 안을 ‘토 사장’이라고 부른다. 학생복 업체 스쿨룩스의 공동 대표이자 잘 나가는 연예인을 대거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TN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이기 때문이다. H.O.T 시절의 하늘을 찌를듯한 스타덤을 뒤로하고 솔로 가수와 사업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토니 안을 스쿨룩스에서 만났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붙어있는 ‘경영목표’와 ‘경영방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출 230억 달성, 시장점유율 70%, 기반체제 구축, 품질 안정 등의 내용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그렇다 치고, 토니 안은 왜 교복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교복 시장은 오랜 시간 삼성, SK, 새한 등 빅3가 연간 약 2,500억 원 시장에 철옹성을 쳐 놓은 시장이다. 소자본의 신규 기업이 대기업의 진입장벽에 도전한다는 생각 자체로도 대단한 모험이다. 발로 뛰는 마케팅 '승부수'
■학생에겐 교복이 패션이다
“H.O.T 때부터 매일 보는 게 팬들이 입은 교복이었어요. 하루에 1,000번은 봤을 겁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학생은 하루 평균 교복을 14~16시간 입는다는 통계를 접했어요. 충격이었어요. 학생에겐 이게 의복의 전부고 패션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니 안은 원래부터 의류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의류업은 시장이 크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유행에 민감하다. 잘 나가는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고 옷장사 수준의 점포를 내는 것은 규모가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한국 학생이 하루 14~16시간 교복을 입는다는 현실은 곧바로 사업구성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분야가 교복이지만,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 덤비는 게 무모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남들이 다를 빅3가 있어서 안된다며 말렸어요. 제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면밀히 하고 있을 때 현재의 공동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뒤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토니 안은 2004년 10월 신규 교복 브랜드 스쿨룩스를 런칭해 최근 대리점을 85개까지 늘렸다. 올 봄에는 생산이 밀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기도 했다. 2005년 매출액은 140억 원. 지난달에는 ‘토니 안 교복으로 140억 매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평가합니다. 1위 업체의 매출액이 600억 원 선인데, 스쿨룩스가 1년만에 140억 원 매출을 달성했으니까요. 일부에서는 교복 시장을 ‘빅3’가 아니라, ‘4대 브랜드’로 분류해주기도 해요. 물론 스쿨룩스를 포함한 거지요.” 토니 안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몸으로 뛰는 마케팅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대리점을 하나도 빼지 않고 방문해 학생들을 만났다. 만나면 만날수록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보인다는 점이 몸으로 뛰는 마케팅의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지역적 트렌드를 디자인에 과감하게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과 강남의 트렌드가 다르고 각 지방의 유행이 다르다는 부분을 적극 활용했다. “빅3라는 교복의 브랜드 이름을 보세요. 엘리트, 스마트, 아이비. 학생들보다는 어른들이 원하는 이름입니다. 저는 학생들 얘기를 많이 들어요. 이 점을 성공 요인으로 보고있습니다. 빅3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연예기획사 법인화 계획
■아직은 상장시킬 생각 없어
토니 안이 2004년 7월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TN엔터테인먼트는 요즘 주목 받는 회사다. MBC TV 드라마 ‘내사랑 김삼순’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 최고의 여자 연기자로 떠오른 정려원을 비롯해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은경 정지영, MC 조혜련 정형돈 등 이 소속돼 있다. 한때는 TN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 주말 방송의 MC 및 패널로 대거 등장해 ‘토니가 방송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토니 안은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TN엔터테인먼트의 위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우회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해 기록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몇 몇 종목은 수백 배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고, 어떤 종목들은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몇 배씩 뛴다. 그러나 토니 안은 상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실 (우회상장에 대한) 제안이 많이 들어옵니다. 상장과 자금 조성은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 및 타당성 검토를 마친 뒤에 하는 것이 옳습니다. 남들이 돈 번다고 나도 상장한다면 한탕주의로 비치겠죠. TN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내부적인 힘을 기를 때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토니 안은 TN엔터테인먼트를 법인화하지 않고 있다. 세무서에는 토니 안의 개인사업체로 등록시켜놓은 상태. 함께 회사를 설립한 노진영 사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토니 안은 “일단 회사의 이윤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속 연예인 중 신인급이 없어 평균 30% 정도만 회사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연기자가 갖는 조건이기 때문. “연기자가 많이 가져야 장기적인 관계가 유지된다”는 게 토니 안이 10년간 연예계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철학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신인 가수와 드라마 제작 등에 도전할 계획이다. 시기를 맞춰 법인화를 한 뒤 필요할 때 기업공개 및 상장을 계획할 생각. 꿈은 크다. 미래에는 싸이더스나 SM엔터테인먼트를 뛰어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주라는 테마에 이끌려 단기 매매하는 종목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먼 미래의 꿈이다. 내년 봄 솔로 2집 준비중
■그래도 나는 가수다
그러나 토니 안은 사업가라는 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부담스러워 한다. H.O.T 때의 인기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직업은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니 안은 이번에 스페셜 앨범까지 발표했다. 2004년 가을 자비 3억 5,000만 원을 ‘올인’해 만든 정규 1집 이후 두 번째 솔로 작업이다. 토니 안은 이번에도 1집과 같이 외국 유명 작곡가를 일일이 섭외해 곡을 모으고 편곡을 맡긴 뒤, 직접 프로듀싱해 음반을 완성했다. 외국 작곡가에게 곡을 받으면 제작비는 많이 들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들이 명품 시계 사는 돈으로 나는 곡을 산다”는 게 토니 안의 철학. 평소에도 스스로 “동대문 옷을 입는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번 스페셜 앨범의 타이틀곡 ‘촌스럽게’는 발라드 곡이다. H.O.T를 포함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발라드 곡을 타이틀로 삼았다. 외국 작곡가의 곡을 받아 직접 가사를 썼다. 금방 귀에 익숙해지는 멜로디가 뛰어난 곡이다. 토니 안은 내년 봄 정규 2집을 발표한 뒤 곧바로 신인가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인가수까지 성공한다면 아이돌 스타, 솔로 가수, 사업가에 이어 ‘가요 제작자’라는 이름까지 얻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