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취업도 과외 받는다

자기소개서·면접 코칭에 기업분석 원스톱 프로그램까지<br>구직자 36% "컨설팅 경험" 강남역 일대 최소 15곳 성업<br>한달 평균비용 26만9,000원<br>"취업 스트레스 멘토 역할… 정보 취득·심리적 안정 원해"<br>일부 업체 전문성 논란도


'300만원만 내세요. 취업시켜드립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과외를 받는 것처럼 취업을 하기 위해 과외를 받는 이른바 취업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취업컨설팅은 구직자 자기소개서 첨삭 및 대필, 면접 코칭, 기업분석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지난 2002년 취업컨설팅업체가 처음 등장한 이래 2009년을 분기점으로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로 업체가 밀집해있는 서울 강남역 주변의 경우 최소한 15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모두 26만2,000명 정도. 이 가운데 졸업 후 직장을 바로 잡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35%에 달한다. 취업이 어려우니 취업컨설팅이 생긴 것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신입구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6.8%가 취업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 10명중 4명 가까이가 취업컨설팅 등의 과외를 받아봤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2009년 4월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30.3%가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 6.5%포인트 증가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취업과외를 받는 구직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고교 때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공부했던 습관이 취업 시기가 닥쳤을 때 다시금 발동되는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일종의 '멘토'를 구해 실질적인 정보와 심리적 안정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취업컨설팅이 성행하는 자체보다도 그 비용이 구직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과외 경험이 있는 184명의 1인당 한 달 지출 비용은 평균 26만 9,000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89.7%는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감을 느꼈다. 취업컨설팅에 드는 비용은 업체별, 프로그램별로 다르긴 하지만 자기소개서와 면접컨설팅은 각각 2시간 기준 14만~20만원, 취업이 될 때까지 컨설팅을 해주는 취업보장형 프로그램의 경우는 80만~150만원이다. 자기소개서 대필은 A4용지 2장 분량에 5만5,000~8만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입사에 필요한 토익 시험 비용, 8만 원 가량의 영어 스피킹 비용, 면접용 정장, 사진촬영 비용까지 더한다면 대학생들의 취업관련 비용은 더욱 커진다. 여의도의 한 업체는 구직자의 주민번호를 받아 회사지원도 직접 해주며 자기소개서 작성은 물론 면접 대비, 기업분석 자료 제공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패키지 프로그램 값으로 300만원을 받기도 한다. 그룹 스터디 형식의 컨설팅을 받고 있는 P씨(22ㆍ여)는 "어릴 때부터 각종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대학교에서도 영어와 자격증 학원을 전전하다 취업까지 컨설팅에 의지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빨리 졸업해서 취업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학자금 대출 이자에 컨설팅 비용까지 도대체 어디가 끝인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컨설팅 효과에 대해서는 수강생마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졸업학기에 취업보장 컨설팅에 등록해 취업에 성공한 K씨(25ㆍ여)는 "학생이 수많은 기업을 다 분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취업코치의 도움으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면접컨설팅을 받은 J씨(24)는 "컨설팅 내내 원론적인 얘기뿐이어서 기대 이하였다. 실제 면접에서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컨설팅을 받아볼 생각은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비용에 대해서도 "학생이 마련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직종에 지원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제한된 경험을 지닌 강사가 제대로 컨설팅해 줄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취업포털의 한 관계자는 "취업컨설팅이 성행하면서 논술을 담당하던 학원이 자기소개서 첨삭을 해주는 업체로 영업을 변경하거나 이미지컨설팅ㆍ스피치를 전문으로 하던 업체들이 취업컨설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구직자들이 전문성을 갖춘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 컨설팅 비용만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원 한양대 취업지원센터장은 "요즘 학생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과거처럼 집단적인 강의보다는 자기만을 위한 맞춤형 상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컨설팅 업체로부터 도움을 받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장단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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