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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업계는 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사정에 정부에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에 붙는 소비세율(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을 인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5%인 소비세율은 2014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 8%로 오른다. 여기에 더해 내년 10월에는 10%까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세금이 오르면 물건값도 따라 오르고 이에 반비례해 소비가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비절벽'을 우려한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내놓은 아이디어가 국가적인 쇼핑이벤트를 하자는 것이다. 이런 형식의 이벤트는 일본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산업계가 느끼는 경기체감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3월 초 기자가 방문한 도쿄 시나가와의 일본쇼핑관광협회(JSTO) 사무실. 막 끝난 지난 겨울 '일본쇼핑페스티벌(JSF)'의 결산과 오는 여름 새로운 행사의 준비에 분주했다.
니이쓰 겐이치(新津硏一) 협회 사무국장은 "첫 쇼핑페스티벌 행사를 무난히 끝마쳤다"며 "올해가 첫 행사여서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시작으로서 충분히 의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협회는 다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쇼핑페스티벌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열렸다. 도쿄와 오사카·후쿠오카 등 3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총 230개 업체가 참가했다. 각 업체는 스스로 할인이나 이벤트를 벌였고 협회는 이를 종합·정리해 소비자에게 알렸다. 참가 기업은 전일본공수(ANA)·일본항공 등 항공업체를 비롯, 이세탄·미쓰코시 등 백화점, 소니·NTT도코모·삿포로맥주를 포함한 전업계를 망라했다.
올해가 첫 행사이고 또 전통적으로 유통행사에 일본 정부의 지원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협회가 이번 행사에서 중점을 둔 것은 업계의 자발성이다. 행사 항목을 결정하는 것도 업계가 직접 나서고 공동프로모션도 십시일반 갹출했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업계의 위기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쇼핑페스티벌이 한국의 '코리아그랜드세일'과 다른 점은 대상이다. 일본쇼핑페스티벌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 내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외국인 매출은 1%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일본인이 소비하는 셈이다. 즉 일본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본인이 소비를 늘려야 한다.
물론 계기는 밖에서 주어졌다. 점차 외래관광객을 대상으로 판촉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엔저에 따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숫자와 이들의 지출액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036만명에 이르렀다. 1,0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은 지난해가 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24%나 늘어났다. 앞서 역대 최고는 2011년 861만명이었는데 지난해는 관광산업 면에서는 2011년의 도후쿠 대지진과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완전히 회복한 셈이다.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국가별로 보면 '독도' 등 역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245만명이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20.2%나 급증한 것이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3.7%로 국가별 1위다. 2위는 대만으로 21.3%, 중국이 12.7%로 3위, 홍콩이 7.2%로 3위다. 한국·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64.9%로 전체 방문자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태국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인의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는 통계다. 지난해 방일 태국인은 74만명으로 전년 대비 74% 늘어났다. 전체 외국인 중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홍콩(54.8% 증가), 베트남(53% 〃), 대만(50.8% 〃), 말레이시아(35.6% 〃), 인도네시아(34.8% 〃) 등의 증가율이 높았다. 주요 국가 중에는 중국(7.8% 감소)만 줄었다.
일본인에게 연간 외래 관광객 '1,000만명 돌파'는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됐다는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 일본 내 전체 상품·서비스 판매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 내외에 불과한 것처럼 비중이 미미했다. 하지만 내수소비가 여전히 암울한 상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엔저에 따라 이들의 개인별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호리이 다이스케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 매니저는 "우리 매장의 매출 중 외국인의 비중이 3~4%에 이른다"며 "지진 피해의 회복과 엔저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매출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쇼핑관광협회는 오는 7~8월 여름 새로운 '일본쇼핑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내 소비를 반등시키고 외국인을 붙잡기 위해 한층 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겐이치 일본쇼핑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겨울 행사는 준비 차원에서 소홀했던 점이 있다"며 "여름 행사에서는 보다 알차게 준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