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총선 또 하나 후폭풍 '엔저 공세'

일본 총리에 오를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총선 승리 후 첫 일성으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공격적 경기부양을 촉구했다. 아베 총재는 총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은 디플레이션과 엔고와 싸우기로 한 우리의 주장을 지지했다"며 "일본은행은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총리로서 19~20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일본은행에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라는 노골적인 압박이나 다름없다.


아베 총재가 중앙은행을 제 맘대로 주무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선거기간 중 정부 간섭이 용이하도록 일본은행법 개정 방침을 시사한 것도 모자라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 돈을 찍어내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따위에 구애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엔고와 싸우겠다는 것은 통상적인 환율시장 개입과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시장질서를 무시하는 노골적인 환율조작을 의미한다. 아베 총재는 오는 26일 총리에 취임하면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현재의 1%에서 2%로 상향하겠다고 한다. '윤전기 발언'이 허풍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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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파장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아베의 말마따나 윤전기를 돌려 엔화를 무제한 찍어낼 경우 엔화가치 하락세는 탄력이 붙을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이미 엔화가치 하락속도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최근 3개월 동안 원화에 비해 12%나 급락했다. 약달러 기조에 엔저까지 가세한 형국이니 우리 수출기업은 설상가상이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5%만 상승해도 연간 수출액이 3%가량 감소한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니 엔저충격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수출 주력품인 자동차와 철강ㆍ기계ㆍ조선 같은 제조업의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동차 수출은 12%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극단적 우경화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아베의 총리 복귀는 동북아 외교전선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이웃나라를 자극하는 것도 모자라 환율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작태다. 19일 결정되는 우리나라의 새 지도자로서는 전방위에 걸쳐 일본의 거친 도전에 직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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