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불과 한달 남겨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8ㆍ15 야스쿠니 참배’에 나선 것은 퇴임 후 영향력 유지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보수우익 세력들을 의식해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2001년 자민당 총재 당시 내세운 공약을 지킨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입지를 위해 한국ㆍ중국과의 외교관계를 희생시킨 ‘최악의 일본 총리’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됐다. ◇왜 ‘8ㆍ15 야스쿠니 참배’ 강행했나=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자민당 총재선거 때 “종전기념일에 반드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약했다. 주변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신사 참배를 자제해오던 전임 지도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해 일본 보수세력의 표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에서였다. 이후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직에 오른 2001년 이후 매년 한차례씩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지만 주변국들과의 외교관계를 의식해 8월15일 참배는 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8ㆍ15에 참배를 했다. 오는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만큼 6년 전에 했던 공약을 지켜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참배는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일본 내 우경화 기류와도 맥락이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적인 정책을 펼치기로 유명한 고이즈미가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우경화 여론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총리의 신사 참배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도 이번 참배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가 경색될 것이 뻔한데도 8월15일을 참배일로 택한 것은 아시아를 경시하는 외교 마인드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동북아 외교정세 급속 냉각=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일본과의 냉기류가 형성되면서 동북아 정세에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보수 색채가 강한 역사교과서 문제로 심기가 불편했던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일본과의 정상회담마저 중단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동북아 내 반일 감정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번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를 즉각 비판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정부는 15일 추규호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 국수주의적 자세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일관계를 경색시키고 동북아 우호협력관계를 훼손해왔다는 점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해외 출장 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