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외부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장기간 해외순방으로 쌓인 피로에 몸살까지 겹친 탓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해법을 둘러싼 불협화음 등 대내외적인 이슈들까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 듯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10시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열린 신활력 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정선의 생약초 시장과 농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를 출발하기 직전인 오전7시30분께 행사 불참을 결정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누적된 피로에 몸살이 겹쳐서 행사에 못 가게 됐다”며 “주말까지 관저에서 쉬면서 피로를 풀고 회복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출국, 그리스를 시작으로 루마니아ㆍ핀란드를 거쳐 미국까지 4개국 5개 도시를 방문했다. 이들 도시와 한국과는 6시간에서 16시간이나 시차가 나고 비행기에 탑승한 시간만 45시간이 넘었다.
노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예정된 행사에 불참한 것은 취임 후 처음. 취임 첫해인 2003년 9월 광주ㆍ전남지역 언론사 회견을 하루 앞두고 행사를 취소한 적은 있지만 당시는 눈다래끼라는 외관상의 이유였다. 노 대통령은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5시에 기상하고 밤늦게까지 인터넷과 독서를 즐기는 타고난 건강 체질. 자연스럽게 행사 불참을 둘러싼 관심은 더해졌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해외 순방 일정 후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의 발언 파동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를 둘러싼 논란 등이 대통령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정은 취소했지만 대통령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참모는 “아침에 주치의로부터 진찰을 받았다”며 “주말을 쉬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