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새로 쓰는 경제백서] <19> 전화

가입자 인구대비 세계1위 불구 기술개발 미흡


'눈부신 성장, 그러나….' 1960년 창간 당시의 서울경제신문 경제백서 시리즈 '전화'편의 내용이 딱 이렇다. 당시 기사의 요약분. '1874년 미국에서 발명된 전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02년. 가입자는 모두 25명이었는데 한국인은 한 명뿐이었다. 요즘에는 전국에 8만6,648대의 전화가 깔려 있으니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 그러나….'


'그러나…'의 뒷부분은 심각한 공급부족. 신청서를 낸 지 3년이 넘는 대기자가 서울에서만 2만여명이 넘었다. 1961년의 전화 인가 집계는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인가된 6,072건 중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것은 불과 530건. 나머지는 지시나 청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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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ㆍ차관의 지시가 1,810건, 검ㆍ경찰의 부탁 1,266, 신문기자 청탁 1,098건, 국회의원 358건 등으로 전화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백색전화의 프리미엄이 서울에서 잘산다는 동네의 50평짜리 단독주택 가격을 웃돈 적도 있다. 전화 적체가 풀린 것은 1980년대 초반 이후다.

오늘날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유ㆍ무선 전화가입자 6,922만대로 인구 대비 세계 1위. 가입자 유치를 위한 통신사들의 경쟁도 과거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휴대폰도 전략수출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세계적 기술개발에 꼭 한 발씩 뒤진다. 불안한 선두권이라는 얘기다. '눈부신 성장, 그러나'라는 어휘는 이제 그만 등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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