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 시간) 유엔에 제출된 새 이라크 결의안은 미국의 전쟁을 위한 최후 통첩성 성격이 짙다.
지난 9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결의를 무시한 이라크에 대해 `행동`을 촉구한 이래 5개월이 넘게 계속돼온 외교적 논란을 종식하고 이제 군사 공격만이 남았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각 안보리 거부권을 갖고 있는 프랑스, 러시아가 이라크 무기 사찰 연장을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에 제출함에 따라 그동안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위한 국제 연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제 유엔 표결에 상관없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공격 시점은 유엔 무기사찰단 보고(7일)와 유엔 결의(10일 전후)를 마친 3월 중순이 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그동안 미국은 중동지역에 20만 대군을 배치하고 포스트 후세인 정권 청사진을 준비하는 등 이라크 공격을 기정 사실화하고 국제사회의 사전 명분을 쌓는데 주력해 왔다. 미국은 국내외의 여론과 군사, 외교 전략상의 필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승인 하에 다국적 군의 이라크 전쟁을 치르려 했지만 결국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앞으로 2주 남짓한 기간은 안보리내 여론의 우세를 점하기 위한 전쟁 추진세력과 반대세력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첫번째 고비는 오는 3월1일로 유엔 사찰단이 시한을 못박은 이라크의 불법 미사일 파기 착수 여부. 이라크가 사찰단의 명령을 무시한다면 이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미국의 결의안 명분이 커지게 된다. 반면에 현재까지 나타난 지배적인 관측대로 이라크가 사찰단의 지시에 따른다면 미국의 논리는 궁색해진다. 미국은 이 점을 의식한 듯 “드러난 불법 미사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선수를 쳤다.
가장 중요한 기로는 그동안 애매모호한 말로 이라크의 무기 사찰 준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이 내달 7일 유엔 연설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라크 사태를 밝힐지 여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사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처음부터 계산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기는 힘들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