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 반도체업계 설비투자 줄인다
공급과잉따른 가격하락·PC수요둔화로
세계 반도체업계의 올해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7일 34개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의 2001년 투자규모를 조사한 메릴린치 증권의 자료를 인용,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가 작년대비 6%가량 증가한 509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 증가율이 9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 신문은 이와 함께 지난해 80%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인 D램 분야가 올해는 1%상승에 그치며 감소세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올 개인용 컴퓨터(PC) 수요증가세의 둔화가 예상되는 반면 공급과잉에 따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을 그 주요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국가별 분석에서는 일본, 타이완의 반도체 회사들이 큰 규모의 투자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히타치(日立) 제작소 등 대형 5개사의 올 투자규모는 작년 9,600억엔에서 8,000억엔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히타치의 경우 투자규모가 지난해 보다 20%가까이 줄어든 1,45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NEC도 10~20%가량 투자규모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타이완의 UMC사는 작년대비 17% 줄어든 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TSMC사는 작년의 39억달러에 비해 10%가량 낮은 34억달러를 설비부문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20% 증가한 7조7,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반도체 부문은 작년과 같은 5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아시아 지역 업체와 달리 '초소형 연산처리장치'(MPU)등 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 AMD는 올해 대폭적인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큰 대조를 보였다. 인텔은 작년대비 12% 증가한 75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며 AMD도 지난해 보다 25% 증액한 1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