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11일] 성급한 인플레이션 걱정

세계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총재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 부은 유동성과 저금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슈퍼 인플레이션으로 세계경제가 또 한번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직은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내의 물가수준도 매우 안정된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경고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면 그동안 엄청나게 풀려나간 유동성과 저금리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물가와 금리가 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부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요 선진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OECD)과 경기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지난달 말까지 3%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였던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최근 4%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도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경우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고 금ㆍ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유동성 과잉과 달러약세,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고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원자재 가격이 뛰며 인플레이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민간수요와 기업투자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더구나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1.3%로 7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소비자물가도 한국은행의 목표범위 안에서 유지될 정도로 매우 안정돼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우리 경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채권매도에 따른 것이다. 국내 경제도 어느 정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권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섣부르게 긴축정책으로 돌아섰다가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등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단기 부동자금 811조원이 넘는 과잉 유동성을 생산적인 투자로 유도하는 등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한 선제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성급하게 인플레이션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 경기회복에 주력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