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종하늘도시 허위광고 배상금 결국 '쥐꼬리'

서울고법 "일부 과장광고 사실… 분양대금 5% 돌려줘라" 판결

배상금 1심보다 절반이상 줄어 가구당 평균 1,500만원 그쳐

입주자 "고통 몰라줘 안타깝다"

제3연륙교 등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집값 하락과 함께 시작된 인천 영종하늘도시 입주자들과 건설사 간 법정 공방 2라운드가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마무리됐다. 1심 재판에서 분양대금의 12%까지 책정됐던 손해배상금이 5% 수준으로 깎였다. 1심 판결에서도 '배상금이 너무 낮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입주자들은 배상금이 대폭 줄어든 항소심 재판 결과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대경 부장판사)는 영종힐스테이트 입주자인 서모씨 등 694명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서 "피고의 허위·기망광고로 인한 원고들의 재산적 손해는 분양대금의 5%로 정한다"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영종힐스테이트의 분양가가 가구당 평균 3억~3억4,000만여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1,500만원이 배상금으로 책정된 셈이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가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손해로 분양대금의 12%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에 비해 절반 이상 감액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건설사의 허위·과장광고 여부에 대해 1심 재판부보다 좀 더 엄격한 판단을 내놓았다. 1심 재판부는 건설사들이 제3연륙교를 비롯해 제2공항철도와 학교 등의 시설에 대해 허위·과장광고를 했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제3연륙교 부분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분양광고 중 제3연륙교에 관한 부분에서 건설사는 개통예정 시기를 '2014년'으로 특정해 광고하는 등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이 있다"며 "이 사건 아파트의 입지조건상 육지와의 접근성은 분양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던 점을 봐 이 부분은 허위·과장광고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제2공항철도·학교 등에 대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광고물에도 '예정'이라고만 표시한 것을 봐 허위·과장광고로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이 판결은 2011년 11월께부터 시작된 영종하늘도시 5개 아파트 입주자 2,099명과 현대·한양·동보·신명종합·우미건설 등 5개 건설사 간에 벌어진 5개 분양대금 반환 소송 항소심 중 하나의 결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이번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개 중 4개 재판부가 손해배상금의 감액을 명령한 것이다. 심지어 입주자에 패소 판결을 내린 경우도 있었다.

실제 1월 서울고법 민사12부는 김모씨 외 725명이 한양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가 제3연륙교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를 한 사실이 인정되며 원고들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분양대금의 5%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6월 민사2부도 양모씨 외 50명과 우미건설 사이의 민사소송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또 민사15부는 6월 동보노빌리티 입주자 245명이 동보주택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제3연륙교와 제2공항철도에 관한 허위·과장광고가 인정되므로 위자료로 분양대금의 7%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민사11부는 신명종합건설과 입주자 간의 소송에서 "건설사가 개발계획의 변경 또는 폐지 가능성을 충분히 알렸고 의도적으로 속인 게 아니므로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까지 했다.

1심에 비해 크게 감액된 배상금을 받게 된 입주자들은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한 입주자는 "1심 판결도 원래 요구 수준인 30%보다 적은 금액이 나와 불만이었는데 항소심에서 배상금이 더 적어졌다"며 "사법부가 입주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