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이론 가운데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가상의 현상은 작은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앞에 나타나는 모든 상황은 그것을 발생시킨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ㆍ경남지부의 파업으로 전국적인 물류대란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새삼 나비효과가 떠 오른다. 트럭 1대로 화물을 나르는 지입차주들의 모임인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초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마치 지입차주(나비)들의 날갯짓이 초일류기업에게 폭풍으로 작용하는 꼴이다.
파업이 6일째로 접어들면서 INI스틸과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조업이 중단됐다. 원자재 공급을 받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파업이 계속되면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ㆍ삼성중공업 등 세계 초일류 조선업체들은 물론 현대차ㆍ기아차 등 국내 대표 자동차업체, 삼성전자ㆍLG전자 등 내놓으라 하는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물류비 절감을 위해 가능한 재고물량을 줄여 왔기 때문에 더욱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물류는 인체에서 혈액에 비유된다. 혈액이 돌지 않으면 멀쩡한 몸이 모두 망가지게 된다. 팔ㆍ다리의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가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익집단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회질서를 마비시키는 것은 결국 국가와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력 대응방침을 천명했다. 관련 공무원들도 강하게 질타했다고 들린다. 7일에는 고건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다.
법과 원칙은 국가의 기강이다. 따라서 이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번 파업은 개인지입차주의 화물사업을 금지하고 중대형 운송사업체가 이들을 대상으로 지입료를 받도록 하고 있는 현행법과 최소 3~4 단계에 이르는 다단계 알선 체제, 포스코의 독점에 따른 폐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지입차주들을 무조건 불법 이기주의로 몰아세우는 것은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니다.
나비들이 왜 날갯짓을 했는지,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폭풍을 막을 수 있다.
<채수종(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