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유치권 제도 개선을 바라며


이현성



부동산 경매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유치권이라는 용어가 익숙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하는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이 변제될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는데 이를 유치권이라 하며 민법에서 인정하고 있다. 유치권은 본래 다른 사람의 물건 등을 점유하는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채권이 변제될 때까지 물건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취지에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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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유치권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 이는 현행법상 유치할 수 있는 '물건'의 범위에 부동산도 포함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채무자나 소유자와 결탁한 자들이 공모해 허위로 유치권을 신고함으로써 부동산 경매절차를 지연시키고 매각 가격을 떨어뜨려 싼값에 약탈해가는 사례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동산·부동산·유가증권에 대해 모두 인정되는 유치권을 동산과 유가증권 그리고 미등기 부동산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등기된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은 폐지하되 저당권설정청구권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지난 2013년 7월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이 제출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회에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법안 내용 중 부동산과는 달리 미등기 부동산의 경우 유치권 성립을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유치권의 폐해가 심각한 것은 건축공사가 완료되지 못하고 방치된 미등기 건물인 경우가 훨씬 많은데 미등기 부동산에 대해 유치권을 인정하는 것이 과연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조속한 법안 처리와 함께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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