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업계도 두손든 삼성「보고서」 대응/팩스흔적 추적 ‘첩보전 방불’

◎기술자 동원 정밀조사후 자료 검찰에 넘겨/‘진정서제출’ 기아 「삼성증거」 뒤집기 안간힘삼성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기존업체가 날카롭게 대립한 「자동차산업구조조종 보고서 파문」에서 삼성그룹 특유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검찰이 현재 광범위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 이번 갈등의 향방은 지금까지 조사내용을 종합할 때 삼성이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기아는 삼성보고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삼성이 악의적으로 자사를 음해하고 있다는 것. 진정에 이어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나서서 「기존업계­삼성」의 대결구도로 확전되자 삼성은 고위층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이번에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견지했다. 삼성의 이같은 입장은 곧 모든 능력을 총동원, 승리를 이끌어내라는 지상명령이다.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광범위한 증거자료를 수집했다. 목표는 무혐의를 입증하는 것. 여기서 삼성의 「뛰어난 능력」은 「팩시밀리 조사」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됐다. 삼성은 이번 논란의 핵심을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자료유포」로 몰았다. 자료 자체를 만든 것은 삼성뿐 아니라 어느 업체든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삼성은 자료의 유포책임이 타사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여기서 삼성특유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삼성은 내부자료가 팩시밀리를 통해 타사 관계자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한 뒤 이를 다시 팩시밀리로 받았다. 그리고 업계에 나돈 자료를 수거한 뒤 팩시밀리 기술자를 통해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람에게 지문이 있듯 팩시밀리로 송출하면 그 기계에서만 나타나는 특유의 흔적이 남게된다』며 『이를 최대한 증거자료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시중에 나돈 각종 자료를 정밀분석, 모든 자료가 처음에 모업체에 팩시밀리로 송부한 것과 같다는 사실을 확인,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료유출」의 혐의는 처음으로 자료를 받은 업체가 되며 삼성은 자연스레 기아의 진정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삼성이 「태생이 같은 자료」로 제출한 것 가운데는 기아와 쌍용이 갖고 있던 자료도 포함, 삼성의 정보 수집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이에대해 기아측은 『자료를 만든 삼성의 간부사원이 자료를 타사 간부에게 전송한 것 자체에서 검찰조사가 시작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기아는 삼성이 「팩시밀리흔적」이 남은 자료가 아닌 것을 증거로 내세우기 위해 관련자료를 찾고 있다. 이를 제시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자료가 유출됐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료를 갖고 있다해도 이를 증거로 내놓을 곳이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삼성이 마음먹고 달려들면 국내에는 적수가 없는 것인가.<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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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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