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 IPIC가 전체 지분 70% 중 50%를 매각, 경영권까지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IPIC는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70% 가운데 35%를 매각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50%까지 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IC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금액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IPIC는 지분 35%를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이 경우 경영권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GS칼텍스와 롯데그룹, 미국의 코노코필립스 등 3대 우선협상대상자들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분 50%를 확보해 경영권까지 거머쥘 수 있는 길이 보이면 이들 업체가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IPIC는 지분 19.87%를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자극해 더 치열한 인수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만일 다른 업체가 지분 50%를 가져가면 현대중공업은 경영권 없는 2대 주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IPIC 측이 미국의 코노코필립스와 지분 매각을 추진할 당시 코노코필립스가 경영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로 협상이 결렬됐다”며 “지분 50% 매각을 통해 협상 대상자 모두를 공격적인 베팅으로 몰아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3대 정유사인 코노코필립스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GS칼텍스의 경우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일일 정제능력이 111만배럴에 달해 SK인천정유를 포함한 SK그룹의 정제능력(111만5,000배럴)과 비슷해 공격적인 입찰이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들의 입찰금액도 함께 높아져 인수금액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IPIC의 의도대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선뜻 나설지는 미지수다.
옛 현대그룹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당시 IPIC 측에 부여한 콜옵션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분 20%를 주당 4,500원에 넘긴 후 이를 다시 고가에 매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