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6일] 증권업과 박지성

요즘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아무래도 박지성이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성적이 좋은데다 ‘산소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의 모습이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성실,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은 성공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있는 공통점이다. 오히려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나아가는 그의 성공 전략을 주목하게 된다. 경쟁하던 또래의 많은 유능한 선수들이 과욕을 부렸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자기 수준에 맞는 필드에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큰 필드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산소탱크’라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렸고 이적에 따른 문화적 차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해가며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해왔다. 우리 회사를 어떻게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울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에서 박지성의 성공 전략에 관심이 간다. 금융 역사에서 내로라했던 금융기관들이 오래지 않아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그러나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 주된 수익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키우며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는 회사는 달랐다. 신규 사업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금융기관이 영속성을 갖고 생존해왔다. 그래서 오랜 금융의 역사를 보면 ‘최고의 정책’보다는 ‘차선의 정책’이 더 효율적인 정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대수익이 크면 위험이 크다는 것은 금융상식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회사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기도 하고 타사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수수료도 안 받겠다고까지 한다. 심지어 타사가 오랫동안 키워온 직원들을 대거 빼내어오기도 한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증권업 진입장벽도 대폭 완화돼 10여개 증권사가 시장 진출을 대기하고 있어 증권사의 생존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듯 금융이 잘못되면 사회ㆍ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차분히 역량을 키워나가고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찾는 박지성의 ‘계단 전략’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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