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미 서부항만이 지난 29일 무기한 직장폐쇄에 돌입,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정부와 업계는 미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도 사태가 조기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직장폐쇄가 장기화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를마련, 현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피해 가시화
미 서부항만은 우리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연간 70만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물량 중에 63%인 44만TEU를 처리할 만큼 우리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KOTRA 현지무역관 보고에 따르면 식품업계가 이번 항만 직장폐쇄로 가장 먼저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관이 늦어질 경우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제품이 많고 유통기한이 정해진 식품류는 폐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달 27일 현대상선 편으로 40피트 컨테이너 2대를 들여온 ㈜캘트라의경우 현재 김치는 물론 현지 재고가 부족한 맥주, 소주 등이 묶여있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게다가 라면과 간장 등 부피가 크고 유통량이 많은 식품들의 경우 수입업체들이대부분 재고를 1주일치 정도만 확보하고 있어 직장폐쇄가 풀리더라도 재고가 바닥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이번 직장폐쇄로 수출차질이 우려될 것으로 KOTRA는 전망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판매호조에 따라 딜러마다 재고가 부족한데도 현재 포틀랜드항에 570대의 차량이 묶여있고 오는 10일까지 잇따라 입항할 예정인 3천400대도 정상하역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사태 장기화 여부에 촉각
무역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서부항만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이 연간 180억달러 정도임을 고려할 때 하루 5천50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 2일까지 우리나라 한진해운 4척, 현대상선 3척, 부정기선 5척 등의 통관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연료비 등 통관지연에 따른 부대비용도 하루에 1척당 최대 2만5천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 이우원 팀장은 "사태가 장기화돼 미국 동부항만을 이용할경우 TEU당 운임이 1천500달러 증가하고 항공편은 배편보다 운임이 4-5배 비싸 대체가 용이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미 연방정부가 3일(현지시간) 조정중재위원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인 만큼 조정중재위원회의 결과가 이번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노사협상 결렬로 직권조정 명령이 내려지면 군 병력을 포함한 대체인력 투입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조정중재위원회의 결정까지 며칠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당장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운행시기 조정, 항공 등 운송수단 대체, 캐나다 등 인근 항만을 통한수송, 외교적 대응 등 사태장기화에 따른 다각적인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만 서부항만 자체의 노사 타결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출업계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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