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한창이다. 국회에서는 재래시장 및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출점 제한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의 각종 유통업 제한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의 핵심에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 바로 소비자의 권리다.
소비자 권리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유통업 제한 법안이 결국 대다수 소비자의 불편만을 야기시킨다면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목적보다는 내수경기 침체의 악수를 두게 된다.
특히 유통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출점 및 영업시간이 제한돼도 그 이익이 고스란히 재래시장과 중소 상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해 동안 주요 유통업태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홈쇼핑ㆍ온라인쇼핑몰 등 무점포 소매업이 1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할인점의 시장점유율 16%를 추월하는 무서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즉 대형마트 대 재래시장이라는 경쟁관계를 전제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최근 유통산업은 명품 아울렛의 등장, 인터넷쇼핑몰의 확대 등 무섭게 변화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재래시장의 차별화ㆍ조직화ㆍ협력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생계형에서 탈피해 공동 구매ㆍ판매 등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며 특화된 유통산업 개발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성향으로 무장했다. 상품의 품질, 가격과 편의성, 서비스를 중시하는 오늘의 소비자에게 과거의 소비 성향만을 호소한다면 재래시장의 재도약이 아닌 홈쇼핑ㆍ인터넷쇼핑몰ㆍ편의점 등 타 유통업체 시장만 키우는 꼴이 된다.
최근 한국유통학회에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ㆍ일수 규제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로 내수 소비 위축 및 국민 후생 저하로 4조원에 가까운 경제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재래시장ㆍ슈퍼마켓 등의 매출 증가는 0.21%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였다.
복잡한 분석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일련의 논란에 대한 교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1년 6월에 시행된 ‘백화점ㆍ할인점 셔틀버스 금지조치’는 재래시장, 지역 중소상인 및 운수업체에 대한 기여보다는 오히려 자가용 이용 쇼핑객을 늘려 교통 정체, 에너지 낭비 등의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소비자의 편의성 등 정책의 최종 단계에서 실질적인 대상이 되는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해 정책 입안이 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