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UBS는 유럽 최고의 투자은행이자 자산관리 분야에서 세계 제1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스위스 경제의 상징 같은 존재다. 하지만 신용경색과 관련된 부적절한 투자로 최근 큰 상처를 입었다.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주요 경영진은 모두 교체됐다. 특히 투자은행(IB) 분야의 대량 감원이 예고되는 등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새 경영진은 ‘희망’을 얘기했다. 마르커스 로너(사진) UBS글로벌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손실 상각과 자산 매각 등으로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인한 위험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었다”며 “최근 반년간은 전세계 금융산업 역사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제 어떤 위기라도 잘 헤쳐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호세 블랑코 UBS글로벌자산운용 EMEA지역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려운 시기가 지나갔다”며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 등은 시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발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블랑코 CIO는 “미국에 이어 유럽 주택시장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이 대두되더라도 파장은 헝가리 등 부채비율이 높거나 시장 규모가 작은 일부 동유럽 국가로 국한되며 국가 내부의 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제롬 라팔디니 UBS글로벌자산운용 대안투자 및 계량투자상품 글로벌 대표도 “올 1ㆍ4분기 40~50% 이상의 손실을 겪은 헤지펀드들이 등장하는 등 헤지펀드 쪽 손실이 컸지만 지난달 강한 회복세를 보인 펀드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하락 이후 반등에 주목하며 시장을 새롭게 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UBS는 특히 신용경색 위기를 딛고 갖가지 사업 분야에 관한 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국을 향후 핵심 시장으로 보고 지난해 하나금융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한국자산운용시장에 진출, 성장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는 점도 같은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슈로더자산운용ㆍ신한BNPP자산운용 등 글로벌 합작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정상급 자산운용사로 거듭난 점도 우리 시장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로너 COO는 “한국 자산운용시장은 과거 5년 동안 연 평균 14%라는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고 앞으로의 잠재력도 클 것으로 판단한다”며 “전세계 50개국에서 자산관리ㆍ투자은행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진행하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믿을 수 있는 투자상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너 COO는 또한 “한국 투자자들은 한 두 가지 해외 시장에 너무 집중해 투자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해외펀드를 출시해 분산 투자하려는 고객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ㆍ인프라 펀드 및 헤지펀드와 같은 대안 투자상품을 개발, 출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은 투자자산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 운용사로 관련 법규가 허용하는 대로 국내 고객들에게 헤지펀드 투자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