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심리 한겨울 "지갑을 안열어요"

최근 정부의 조심스러운 경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경제현장을 발로 뛰는 중견 세일즈맨들은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지려면 상당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ㆍ자동차 등의 수출호전을 감안하더라도 극심한 소비심리 위축과 350만 명의 신용불량자 문제,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과 높은 실업률,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강찬영(35) 대리, ING생명 고재원(35) FC, 세이프랜드(보안장비 제조) 신영민(33) 수출과장의 현장 체험경기를 들어본다. 사회: 현장을 누비며 느끼는 체감경기는 어떠한가. 고: 보험업무를 한지 3년이 됐지만 요즘처럼 보험 해약률이 늘어나기는 처음이다. 한 사업가는 매월 100만원의 연금을 불입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 알아 보니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은행원 출신 한 고객은 제조업을 창업했다가 1년 만에 수억원의 손실을 보고 이민을 고려중이다. 반면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연금보험은 오히려 늘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샐러리맨들의 종신보험 가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강: 판매실적이 전년대비에 비해 20~30%나 떨어졌다. 2,000cc 미만의 중소형차의 판매 실적은 부진하지만 에쿠스 등 대형차는 잘 나간다. 따라서 판매도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단의 영세업체 사장이 큰 고객인데, 불황으로 법인차량은 줄었다. 신: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편인데, 저희 회사도 현재 25개국 80여명의 바이어와 수백만 달러 수출을 목표로 접촉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바이어들이 중국을 먼저 들르는 경향이 있어 우리가 중국에 가서 그들과 미팅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세일즈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신: 수출하는데 국내 업체끼리 출혈 과당경쟁이 심하다. 기술력 있는 분야인데도 국내 경쟁사가 많아 수출가격을 내수보다 10~15% 싸게 내보내는 실정이다. 지속적인 원화절상 추세도 상당히 부담되는 부분이다. 고: 내년에는 경기가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엄청난 신용불량자와 높은 실업률, 부동산 버블 등 불안요인이 많아 낙관하기는 이르다. 특히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저축성 연금의 가입자가 줄었다. 또한 주택구입 이자와 자녀 과외비를 내면 도저히 연금을 들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강: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판매대수가 월 5~7대인데 몇 번씩 견적서 받고도 막상 구매할 때는 유보적으로 돌아서는 고객이 많다. 연체하거나 보증섰다는 이유로 캐피털사로부터 대출불가 판정을 받는 사람이 늘고, 마진폭이 큰 딜러들이 마구잡이식으로 할인판매 하는 것도 판매부진의 한 요인이다. 사회: 활로모색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고: 보험은 물론 부동산ㆍ주식 등 재테크를 설명해준다. 경제신문이나 인터넷 자료도 열심히 찾고 부동산 설명회도 참여하며 방카슈랑스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고객과의 신뢰와 차별화 된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하다. 600~700명에 달하는 고객의 허브가 돼 네트워크로 묶어주는데, 고객 중 민ㆍ형사 사건이 걸리면 변호사 고객을 소개 시켜 주는 식이다. 기존 고객 중 새 보장을 추가하는 보험 리모델링도 추진중이다. 강: 공단쪽을 많이 가는데, 회계와 법무 등을 조언하고 인생얘기를 하다보면 친근해진다. 예를 들어 포터를 산 한 고객이 1년이 넘도록 부가세환급을 안하고 있어 나서서 80만원을 받게 해줬더니 여러 사람을 소개해주더라. 신: 하루 수십건씩 바이어들과 이메일이나 국제전화를 주고 받는다. 어떤 때는 새벽 2시에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밤낮이 따로 없다. <사회ㆍ정리=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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