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배순훈 KAIST교수… 벤처를 위하여

더욱이 최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개방화된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피치 못할 사정이라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했다. 지식정보 사회가 되어서 그렇고, 시장경제가 되어서 그렇다.우리 경제에 핵심이던 대기업들이 과연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지난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맞추느라고 비상 조처를 했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금융개혁이 이루어지고 금리가 자유화된다면 이론적으로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에 대한 이자는 상한선이 없는 셈이다. 대기업의 재무구조는 금융개혁이 완성되기 전에 근본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생존의 문제가 발생한다. 대주주에서 전문경영인의 시대로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직접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하면 경영권은 대주주의 것이 아니라 주주의 위임받은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행사한다. 부자들은 자기 개인 돈으로 자선사업도 하고 문화사업도 한다. 해외여행도하고 호화사치 생활을 해도 좋다. 합법적인 재산의 세습도 물론 배아파할 이유도 없다. 경영이 투명하면 소액주주 문제도 생길 이유가 없다. 경영방식은 기업 내부의 문제이다. 경쟁력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문어발도 좋고 독재경영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업종전문화다, 민주적인 배움조직이다 하는 것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는 경영방식이고 운영조직이다. 대기업의 차입경영으로 거대해진 관료적인 조직으로는 경쟁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투자가들도 외면한다. 관치금융이 없어지고 나면 재벌그룹 오너 대신에 능력있는 경영인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이며, 경쟁력 강화가 유일한 지배구조 구성의 기준이라면 외부에서 경영에 관해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시장이 판단해줄 일이다.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은 미국전화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무료 전화를 해본 고객에게 어떻게 전화요금을 받을 수 있을까? 전화 서비스를 하는 모든 대기업이 당면한 도전이다. 인터넷 접속에 익숙해진 고객들에게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서비스업체에서는 조그만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모든 상점이, 모든 여행사가 당면한 문제이다. 수출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도 변해야 산다. 시대가 변했다기보다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이 변했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경쟁하는 경영환경 코스닥은 증권시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장외거래 시장이다. 벤처기업은 말대로 모험을 하는 기업이다. 투자가는 모험자본가이다. 코스닥시장은 작년 한해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벤처기업의 첨단기술자는 하루아침에 대기업 오너가 20년 걸려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번 일도 발생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의 기술자중에는 평생 잘 가리라고 보여지는 직장을 박차고 나가서 벤처기업을 차린 사람도 있다. 코스닥의 거품이 걷치면 애꿎은 기술자들은 어떻게 될 것이며 선량한 투자가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들 벤처기업만 하면 우리의 수출산업은 누가 할 것인가? 벤처기업가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했으므로 실패하더라도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아니면 이젠 성공 못하는 벤처 집어치우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된다. 실패한 경험 있는 기술자는 필요한 인력이다. 대기업이 인재양성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써왔던가. 고수익 투자상품은 위험이 크다. 리스크관리의 원칙이다. 그래서 장외거래에는 선량한 투자가들은 없고 전문투자가들만 있다. 한참 오르던 장세가 지수 200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코스닥에는 충분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문 투자가들의 전문적인 의견은 우리에게는 투자할만한 벤처기업 지망생이 많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벤처기업 뿐만 아니라 안정된 제조업 취업도 계속 좁은 문이다. 2002년까지 벤처기업의 취업인구는 전 취업인구의 10%를 크게 넘지 못 할 예상이다. 소유와 자산의 개념에 새로운 틀 짜야 지난 30년 동안 정부가 수출 주도로 자금 분배를 하고 재벌기업이 탄생하고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여 경이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결과로 소득은 크게 늘었으나 인위적인 경제력 집중이 발생했고 계속되는 노사분규로 인위적인 임금구조가 생기면서 국가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IMF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넘긴 우리에게는 아직도 경제개혁을 통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금융의 세계화에 따라서 금융개혁이 이루어지면 대기업의 축적된 자산이 무엇이고, 기업 소유주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며, 기업의 경영권은 무엇인가 등의 기본적인 의문에서 새로운 틀을 짜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임금이나 기업의 수익 등의 보상구조가 경쟁력 강화 쪽에 유인요인이 되도록 새로 짜야한다. 그러므로 기존 대기업이나 창업 벤처기업이나 모두 없는데서 새로 시작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부개입은 시장왜곡만 초래할 뿐 새 시대에 맞지않는 기득권은 빨리 포기해야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사내 벤처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이런 제도가 확산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벤처기업을 인수 합병하여 벤처 정신의 파급을 꾀하고 있다. 사내 조직도 학습을 강조하여 유연성과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있다. 이런 내부적인 변화 없이 외부적인 인력 감축이나 결재라인 축소는 경쟁력 강화의 효과가 없다. 기업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나 창업기업들의 모험적인 도전은 모두 자신들이 스스로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독창적인 노력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도움이 필요 없을 뿐더러 정부가 나서면 과거와 같이 공정 경쟁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경쟁력없는 기업을 만드는 셈이 된다. 정부의 간섭은 과거 정부 주도에서 이제 민간 주도로 옮겨가는 과도적인 조처라는 정당성이 있기는 하나, 조정기간의 비효율이나 민주사회의 여론비난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개혁의 지연을 가져오고 후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사태를 가져온다. 정부가 무엇을 할까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를 생각할 때이다. 자유시장 질서는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교정하기 위해 시장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진정하게 효율적인 시장이 형성된다. 정부가 정답을 알 수도 없거니와 아는 척 하고 시장외부의 시각으로 조정하려들면 왜곡이 생기고 부정부패가 생기는 것이 우리의 지난 역사가 보여준다. 실패한 벤처기업인에게 재기 기회줘야 기존 기업은 그렇다 치고 창업기업에는 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가? 벤처기업은 많이 실패하기 때문에 벤처기업이라고 부른다.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지고있는 부채는 상환 해야한다. 더욱이 보증을 한 부채라면 보증인까지 책임을 져야하다. 벤처기업에는 대출을 하지 말아야하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전문가가 투자를 해 주어야한다. 투자가 없다고 하여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주선한다는 것은 과거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똑같은 우를 범하는 일이다. 벤처기업가의 아이디어를 한번 거르는 벤처자본 시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코스닥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다. 벤처자금 시장은 투기 시장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투기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크게 본 경험이 있다. 투자는 실패한 기업가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도록 규칙을 분명히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성공한 벤처의 공은 모두 벤처기업가의 몫이다. /裵洵勳(KAIST교수·前정통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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