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쥘 베른은 소설적 상상에 과학 접목한 SF 선구자”




인터뷰=‘쥘 베른 걸작선’ 내년 20권 완간 번역가 김석희

일본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와 영화 ‘젠틀맨 리그’에는 같은 이름의 선장과 잠수함이 등장한다.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호다. 이름만 들어도 실제 모습이 연상되는 캐릭터지만, 이미 145년 전 소설에서 차용된 캐릭터다. 바로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15소년 표류기’ ‘지구 속 여행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지구에서 달까지’ 등 어린 시절 한 권쯤 읽어봤을 이 공상, 모험 소설의 작가도 모두 같다. 1828년 태어난 프랑스 항구도시 낭트에서 태어난 그는 1905년 사망할 때까지 80여편의 장편소설을 내놓으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랭보, 빌리에 드 릴라당, 장 콕토, 사르트르, 쥘리앙 그라크, 르 클레지오, 미셸 투르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쥘 베른의 ‘경이의 여행’ 시리즈가 60여권 되는데, 지금 인류가 사는 지구에서 지상, 지하, 바다 밑, 하늘까지 100여년 전 그의 상상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후 과학적 성과 역시 그의 통찰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소설로서의 판타지와 꿈에 당대 과학적 성과물을 접목해 SF 장르로 변환시킨 선구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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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 걸작선’의 11번째 신간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출간에 앞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번역가 김석희(62)는 쥘 베른이 실제보다 폄훼된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문학적 엄숙주의로 쥘 베른의 가치를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비롯해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등을 번역한 대표적인 원로 번역가다.

“쥘 베른의 작품은 문학 내재적인 접근보다 ‘문학 외적 콘텍스트(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순수문학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학을 깎아내려서는 안됩니다. 땅을 봐야 넘어지지 않고 별을 봐야 방향을 알 수 있지 않나요. 실제 ‘지구에서 달까지’에서는 인간을 대포로 쏴 달에 보내는데, 그 발사 위치가 현재 미국 마이애미 케네디센터, 지구에 착륙하는 지점은 최초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8호 비행사의 착륙지점과 거의 일치합니다. 당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상상력이 이 정도라는 점이 놀랍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

그는 그간 국내에서 주로 다이제스트판으로만 출간됐던 쥘 베른의 소설을 완역판으로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쥘 베른의 소설이 작가 사망 100주기 즈음인 2003년부터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는 데뷔작인 ‘기구를 타고 5주간’과 단편집을 더해 20권으로 완간된다. 또 이 중 5권 정도를 골라 어린이가 읽기 쉽게 다시 번역해 내놓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네 살인 손자가 조금 더 크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비슷한 시기 그의 중단편집도 나온다. 그는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이상의 날개’로 당선된 소설가이기도 하다. “화가가 뭔가를 보면 그리고 싶듯, 제주도에 내려가 살면서 예전 문학청년 시절처럼 (소재가) 툭툭 떠오릅니다. 1998년 중편소설을 마지막으로 소설과 멀어졌는데, 이제 하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작품집 낼 때처럼 가슴이 뜁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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