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7일] 에너지헌장


[오늘의 경제소사/12월17일] 에너지헌장 권홍우 편집위원 1991년 12월17일 헤이그. 47개국이 ‘유럽에너지헌장(European Energy Charter)’에 서명했다. 골자는 에너지 무역의 자유화. 유럽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고 옛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은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동ㆍ서 에너지협력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 헌장의 배경은 서유럽 에너지 안보. 산유국인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 국가들이 사용하는 석유와 가스의 60%를 공급하던 소련이 무너지자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갖추자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옛 소련에서 갈라진 나온 나라들도 낙후한 설비를 교체하고 생산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서방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 동서 에너지협력 체제에 들어왔다. 선언에 머물던 헌장은 3년 후 ‘에너지헌장 조약’으로 바뀌었다. 시추 단계에서 원유 생산까지 자유로운 투자와 매매ㆍ수송을 명시한 협정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동의했지만 뜻하지 않았던 두가지 복병을 만났다. 우선 미국이 돌연 서명을 거부하고 나섰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환경보호를 강조한 협정문에 부담을 느낀데다 옛 소련의 나라들과 유럽 간 밀월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러시아 의회가 협정 비준을 거부하며 틀어진 구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름만 유럽에너지헌장에서 에너지헌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러시아의 벽에 막힌 ‘에너지 분야의 세계무역기구(WTO)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은 쉽게 실현되지 못할 전망이다. 소련 붕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좋아져 자신들의 에너지 주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큰 진전이 없어도 유럽 각국은 에너지헌장 기구의 조직을 차츰 강화해가고 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필요해질 날이 온다는 장기적 안목에서다. 입력시간 : 2007/12/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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