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많은 정보기술(IT) 중소기업들이 부침을 경험했다. 요즘 대다수 코스닥 등록업체, 특히 IT 중소기업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가 국내에서 출시된 후 불과 2년이 조금 지났지만 이제는 너나 없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광경이 낯설지 않을 만큼 대중화됐다. 상대적으로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고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업체가 절대적인 시장우위를 갖게 된다는 ‘선도자의 법칙’은 PMP 시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돼 국내 선두업체가 최초의 PMP를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시장을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선두기업에도 활발한 경쟁이 전제되지 않는 시장구조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불안정한 시장구조에서의 선두기업은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PMP 시장 자체는 성장기에 돌입했지만 시장구조는 아직 태동기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된다.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안정적 구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현재의 PMP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기업이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해볼 때 업계 홀로 시장의 활성화와 안정화를 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국내 IT 환경에서는 제품 기술과 기능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매우 까다로워 단일업체가 이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활발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PMP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육성정책이 절실하다.
지난 2000년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IT 중소기업 상당수가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개인적으로 그때가 그립고 이제는 자리를 잡은 코스닥 업체를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급박하다. 현재의 PMP 시장이 과거 IT 중소기업의 전례를 반복하지 않고 제대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그리고 정부의 애정어린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