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뛰어난 로봇 과학자는 많아요. 그런데 로봇은 많이 만들지만 새로운 콘셉트의 로봇은 찾아볼 수 없어요. 창의성과 동떨어진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봅니다."
28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프리미어 포럼 강연자로 부산 벡스코를 방문한 데니스 홍(43ㆍ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 간 로봇산업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뒤 미국에서 공부해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였기에 할 수 있는 비교였다.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연구의 대가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일본과 독일이 독점하던 세계 로봇 월드컵 '로보컵'에 미국 대표팀으로 참가해 4연패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파퓰러사이언스가 선정한 '세계 과학계를 이끌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됐다.
홍 교수는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정부 투자와 이에 압박 받는 연구자들의 현실도 한국 로봇산업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장기적 안목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과학 분야에 지원을 많이 한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당장 도움되는 것부터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자들을 많이 봤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성과가 실생활에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로봇 원천기술을 공개하자 더 다양한 분야로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로봇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직업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 박사는 "산업혁명 때도 반기계 운동이 나타났지만 결국 인간사회를 윤택하게 했다"며 "비인간적 직업만 로봇이 대체하고 로봇산업 발전으로 오히려 상상 못했던 직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무기가 달린 로봇은 개발하지 않지만 군대 등에서 기술을 악용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못을 박는 데 사용하는 망치가 흉기가 될 수 있듯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용자의 윤리 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홍 교수는 자신이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로 '휴머니즘'을 거듭 강조했다. 사람이 하기에 위험하고 지루한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장애인 보조, 재난 구조 등에 로봇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본인의 목표라는 것. 특히 사람의 신체를 닮은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실제 인체가 움직이는 동작을 연구하고 인간의 공간을 공유하는 데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방사능 사고가 난 곳에 구조활동을 한다든가 신체장애를 돕는 등 로봇이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많다"며 "최종적으로 집에 인공지능 로봇 집사를 두는 게 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