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물가 하락폭 수입보다 더 커

■ 한은 6월 수출입 물가동향수출입 물가가 5월 이후 연속 2달간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물가보다 수출물가가 더 떨어져 우리 기업들의 대외교역 조건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수출입물가동향'에 따르면 수입물가(원화기준)는 전월대비 1.0% 떨어졌으나 수출물가(원화기준)는 1.3% 내려 수출물가의 하락폭이 더 컸다. 지난 5월에도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1.1% 떨어졌으나 수출물가는 이보다 1.3%포인트 많은 2.4%나 떨어져 경쟁력 약화가 기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교역조건 악화의 의미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는 것은 아무리 많이 만들어 내다팔아봐야 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뜻한다. 95년 100을 기준으로 올 1ㆍ4분기의 순상품 교역조건은 68이다. 95년에는 100단위를 수출해 100단위를 수입했으나 올 1ㆍ4분기에는 100단위를 수출해봐야 68단위 만을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는 국내총생산(GDP)은 생산이 많으면 늘어나지만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실제 벌어들이는 것은 별로 없게 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발생한다. 우리 기업들의 교역조건(95년 100기준)은 99년까지만 해도 80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72대로 추락, 급속히 악화됐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의 경우 연말로 갈수록 교역조건의 악화정도가 심화돼 4ㆍ4분기에는 68로 떨어졌고 올 1ㆍ4분기에도 여전히 68을 기록했다. 지난해 교역조건 악화의 주범은 국제원유가 상승이다. 올들어 원유가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반도체와 정보통신가격의 하락이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IT산업의 회복전망이나 우리 IT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교역조건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교역조건 악화지속 수출물가 상승률은 올들어 6월까지 전년 동월대비 기준 수입물가에 비해 모두 낮았다. 전월대비 기준으로도 4월부터 6월까지 낮았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수입가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가격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물가가 하락한 것은 원화환율이 소폭 하락(전월대비 -0.4%)한데다 석유화학제품이 아시아지역의 수요부진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와 모니터 등 일반기계장비가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다. 6월에도 반도체 D램 가격은 전월대비 무려 25%나 떨어졌고 S램도 3.4% 하락했다. 6월에는 아시아지역의 수요부진에 따른 석유화학제품의 가격하락이 수출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방카C유가 8.9% 떨어졌고 톨루엔은 17.8%나 하락했다. 전자제품도 일조했다. 모니터가 3.4% 떨어졌고 VTR도 1.7% 하락했다. 수입물가가 하락한 것은 환율하락에다 원자재가격이 국제원유가 안정 및 세계적 수요부진으로 내림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자본재도 컴퓨터 등 정보통신분야의 수요부진으로, 소비재는 국내 과일출하기 도래 등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 교역조건 호전도 어려워 한은이 공식적인 교역조건 통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수출단가와 수입단가다. 이는 통관기준으로 수출입가격을 물량으로 나눈 평균개념의 것이다. 반면 한은이 매달 발표하는 수출입물가는 조사품목ㆍ규격을 정해놓고 가격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수출단가ㆍ수입단가는 사후적 개념으로 보통 1개월15일 정도의 시차를 갖고 발표된다. 반면 수출입물가는 10일 내외의 시차만을 갖는다. 두가지 통계의 조사방법ㆍ기준은 다르지만 추세는 같은 방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출입물가는 공식적인 교역조건 발표 이전에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선행성을 갖는다. 한은은 수출입물가를 발표하면서 수출입계약 당시의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수출입물가를 발표한다. 계약통화 기준은 원화환전 이전의 수출입계약 통화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원화환율 변동효과가 배제되고 보다 국제가격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계약통화기준으로 할 때 우리 기업들의 수출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연속 9개월 동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원화환율변동이라는 효과를 제외하고 국제가격 기준으로 할 때 우리 기업이 만든 수출제품의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국제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안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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