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약! 21세기 자동차강국] 5. 전문가 좌담

민·관 유기적 협조로 '글로벌 5' 도약을한국 자동차 산업은 격변의 전환점에 서 있다. 제2의 도약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서느냐, 변방으로 남느냐의 기로다. 서울경제신문은 '도약! 21세기 자동차 강국'시리즈를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정부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특별소비세 인하ㆍ자동차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고, 기업은 연구ㆍ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시민단체는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협조에 나선면 21세기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좌담회 참석자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한국자동차산업이 전환기에 있다.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도 자동차산업 육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5위라는 기준에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의 도약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데. ▲주우진 서울대 교수 = 노동 유연성 부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공동화 현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대다수의 생산을 국내에서 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미국, 중국 등 해외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노동 유연성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노동경쟁력이 49개국중 46위로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고 평가했다. 아웃소싱이나 계약직 활용ㆍ정리해고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일본과 독일 자동차산업처럼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따른 산업공동화도 불가피하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아직까지 종신고용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왜 국내기업만 노동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되나. ▲주 교수 = 현재 도요타만이 세계적으로 생산ㆍ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져 종신고용제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닛산은 프랑스 르노에 인수돼 공장폐쇄ㆍ정리해고를 통해 정상화됐고, 미국의 포드ㆍ이탈리아 피아트 역시 10% 이상의 정리해고를 통해 흑자전환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차기정부가 노동의 유연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동차 산업의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오는 2010년에 글로벌 5개 업체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5에 들어가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미약하지 않은가. ▲임내규 차관 = 자동차산업 발전을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자동차 기업 스스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면에서 세계 수준이 되어야 한다. 기업 관리수준은 월드클래스, 제품은 월드베스트, 기술은 월드리더로 육성해야 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경쟁력을 발휘할 때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 -경쟁국들은 정부가 미래형 자동차 기술개발을 위해 과감한 지원을 하고 있지 않는가. ▲임 차관 = 우리 정부도 기술개발자금 융자 출연 등 다각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게 사실이다. 자동차산업은 투자규모가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조단위이어서 정부의 지원에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품질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미국의 자동차평가기관인 JD파워가 평가한 자동차 초기품질지수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32위에서 28위, 기아차는 37위에서 35위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품질 개선율이 42%에 달하지만, 여전히 다른 기업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 아웃소싱, 부품공유화, 플랫폼 공유화 등의 비용절감도 중요하지만 품질개선만이 최선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는 지름길이다. -올해 정부부처 사이에 자동차 정책을 놓고 여러 이견이 발생한 바 있다. 일례로 특소세 인하 문제로 재경부와 산자부, 경유 승용차 허용을 놓고 산자부와 환경부가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임 차관 = 생각을 바꿔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수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 특히 구매단계에서 매겨지는 세금이 많아 자동차 가격을 높이고 있다. 당국이 세수 확보차원에서 편한 것을 찾기보다는 산업별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 경유차 문제도 기압과 환경단체가 대립하기 보다 상호협력해야 한다. 또 자동차 기업이 기술개발, 설비개발, 공정개선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환경부를 설득해야 한다. 환경부도 규제일변도보다는 실정에 맞춰 자동차 기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유승용차 배기가스 기준은 선진국보다 높다. 이는 국내업체뿐 아니라 해외업체들의 불만을 사며 수입규제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유 승용차가 유럽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남충우 부회장 = 경유 승용차 문제는 환경부ㆍ환경단체의 반대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허용을, GM대우차ㆍ르노삼성차는 반대를 하고 있다. 업계의 의견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유승용차가 허용되면 GM이나 르노 본사와의 마찰로 국제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 -현행 자동차 세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과도한 상황이다. 자동차 세제 전반에 대한 변경이 불가피한게 아닌가. ▲주 교수 = 세금 수준을 낮추면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교통문제 발생도 고려해야 한다. 구매단계의 세금을 낮추고, 운행단계의 세금을 높이는게 합리적이나 정유업계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 ▲임 차관 = 특소세는 사치품 성격을 가진 제품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자동차는 이제 국민의 발이나 다름없다. 자동차 보다 훨씬 고가인 아파트에도 특소세를 물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동차가 1,000만대 이상 보급된 상황에서 중소형차에도 특소세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자동차 운행을 필요할 때만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주행단계 세금을 올리면 문제가 없다. 이미 자동차 보유 규모가 일정 수준에 오른 시점에서 정유업계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차운행이 많아지면서 기름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완성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부품산업 육성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 방향은. ▲임 차관 = 자동차 부품은 자동차 가격기준으로 60%에 달한다. 따라서 완성차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본이다. 현재는 완성차업체가 부품업체에 부품 설계도를 제공할만큼 낙후된 실정이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가 오히려 완성차 업체에 맞는 자동차 부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정도가 되어야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해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한국을 자동차 산업 세계기지화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목표로 부품산업을 모듈화로 유도하고 지역별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산업진흥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006년까지 울산에 모듈화 단지(25만평ㆍ646억원 투자), 자동차부품소재단지(16만평ㆍ41억원), 오토플라자(1만5,000평ㆍ775억원), 자동차부품혁신센터(5,000평ㆍ557억원)를 설립하고 군산에는 자동차부품혁신센터(6,500평ㆍ572억원)와 부품단지(14만평ㆍ467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자동차 분야 지역기술혁신센터 활성화를 위해 부산대, 전북대, 군산대, 대구 가톨릭대와 자동차 부품 연구원의 공동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남 부회장 =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수직적 상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는 문제가 많다. 경쟁력 약화는 물론 영세성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올해 현대ㆍ기아차 등과 부품업체들이 51억원을 출연해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설립했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공생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부품업체의 경우 현대 모비스가 세계적인 부품기업인 보쉬 수준에 맞추기 위해 대대적인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로도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생산 체제 구축이라는 면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공동화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남 부회장 =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화는 바람직하다. 우리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산업공동화로 직결될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한국 자동차업계의 생산력은 310만대 정도로 세계 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나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해외생산기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오는 2010년까지 국내에서 추가로 100만대ㆍ해외에서 100만대를 생산하는 분할 구조로 5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 ▲임 차관 = 해외 진출을 생산능력의 추가적인 확장으로 봐야 한다.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만들어내는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결국 공동화라는 문제 역시 기술개발에 따른 품질경쟁력의 문제다. 해외진출을 인건비 같은 원가만으로 생각한다면 문제가 있다. 품질개선만이 최선의 비용절감 효과이자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잠재된 노사갈등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자동차 기업 노조들이 이익 배분을 적극 요구하는 등 기업경영에 관여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노사문제 해결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임 차관 = 올해 전력산업노조가 지난 2월말부터 38일간 파업에 들어간 적이 있다. 파업이 끝난 후 노사화합을 이루는 방안이 무엇인가가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내가 지켜본바로는 파업후 6개 발전사와 한국전력 본사 등 7개사가 강도 높은 경영혁신 활동을 실시했다. 격렬한 파업을 경험한 노사답지 않게 생존을 위해 양자가 자발적으로 나서 고강도 혁신을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12월초 이들 발전 6개사, 한전본사에서 경영혁신 경진대회 선발 팀 14조가 나와 사례 발표를 한 바 있다. 파업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파업현장에서 앞장섰던 이들이 경영혁신의 발표자로 나오는 것으로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그들이 앞장서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 경영개선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노사화합이라는 무형의 효과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값진 것이다.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정확한 경영정보와 기업의 실상을 알리는 투명경영을 실시하고, 경영혁신작업에 근로자들이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도우면 기업도 살고 노조도 살리는 길을 열 수 있다. 추가 소득에 대한 원칙적이고 공정한 배분도 노사화합의 길이 될 것이다. ▲주 교수 = 한국 자동차 산업 노사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노사분규가 품질 악화로 이어져 제품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 80년대 포니가 미국시장에서 품질문제가 발생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후 미국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품질 하락의 배경에는 80년대 격렬한 노사분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90년대 중반이후 자동차 산업의 노사안정이 이뤄지면서 품질도 같이 안정됐다.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수익 배분문제가 논란의 대상이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노조뿐 아니라 주주를 도외시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노조에 대한 배분은 임금과 보너스롤 해결할 부분이지, 생산성 이익을 넘어서 이뤄진 순익까지 배분하는 것은 이중 배분 이자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경영자들도 노조의 요구에 밀려 황급히 수익 배분을 허용하는 것 역시 주주나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기업의 경영 미숙 등으로 저평가받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남 부회장 = 한 자동차 회사 경영자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현실에서 계속 자동차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탄식을 하는 것을 들을 적이 있다. 기업이란 항상 미래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 발생한 이익을 모두 분배하면, 뭐가 남는가. 삼성전자가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는 엄청난 이익을 브랜드 마케팅, 연구개발에 재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자동차 기업들도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재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채수종차장 sjchae@sed.co.kr 최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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