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움켜쥐고 있던 과거를 놓아야 새 미래가 온다.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뒤 그는 힘겨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고 실제로 연기인생은 그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룹 god를 떠나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영화를 시작했으며 '사랑에 미치다' '누구세요' '트리플' '로드 넘버원'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연기자 윤계상'은 '아이돌 윤계상'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가 가진 배우의 꿈에 대해 주변에서 의심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가 털어놓는 배경이다. 배우 윤계상이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풍산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서울에서 평양까지 뭐든 3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나이 '풍산'이다. '풍산개'라는 북한 담배를 피울 뿐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번에는 물건이 아닌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애인 '인옥'(배우 김규리)을 평양에서 빼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그렇게 만난 풍산과 인옥은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격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풍산은 생사의 경계를 수없이 오가지만 대사는 극히 절제된다. 무심함과 분노의 눈빛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거친 매력을 발산한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각본과 제작을 맡은 김기덕 감독이나 연출을 맡은 전재홍 감독이 이 영화를 두고 '자신들을 다시 일으킬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내게도 이 영화는 배우로서 자신감을 다시 찾게 해준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풍산개'는 남북관계, 남녀의 로맨스, 모험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 있어요. 연기할 때 내가 빛나도록 중심을 잡아줬던 고마운 상대배우가 김규리 씨죠. 김규리 씨는 연기 열정이 많고 영리하게 연기합니다." 윤계상은 최전방 휴전선 GOP 수색대에 근무했던 현역병 시절의 경험도 촬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휴전선을 넘어 뭘 배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휴전선의 살벌함은 잘 알고 있어 풍산과 같은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화 '풍산개'의 거친 이미지와 달리 최근 종영된 TV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는 부드러운 '윤필주'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인 윤계상은"한살 한살 나이를 먹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이 변해간다는 것을 느꼈다"며 "세월이 가도 순수한 모습, 선한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은 게 요즘 내 좌우명 같은 화두"라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 내려달라고 주문하자 '노력자'라고 답한 그는 "배우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평생의 꿈을 이루고 공들여 만든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