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동북아대학' 만들자

[송현칼럼] '동북아대학' 만들자 이상철 동북아의 한ㆍ중ㆍ일 3국은 그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서로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지난 60년간 우리는 동북아의 영향력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등장이다. 전쟁과 내분으로 혼란스러웠던 중국은 20여년 전까지 ‘죽의 장막’을 치고 세계와 단절돼 있었고 전쟁에 패배한 일본은 그 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으나 미국의 우산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미국은 6ㆍ25전쟁 개입과 전후 복구, 민주화 등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고 그 때문에 우리는 ‘동북아’의 입김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수레바퀴는 우리를 100여년 전의 모습으로 서서히 되돌려놓고 있다. 중국은 군사ㆍ경제ㆍ외교적으로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대국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한국과는 수출입 1위의 최대 ‘경제 파트너’로 탈바꿈했다. 일본은 비록 10년의 불황을 겪었다 해도 아직도 세계 2ㆍ3위의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ㆍ중ㆍ일 3국의 경제력은 이제 미국ㆍ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며 동북아의 세력은 날로 확장 일로에 있다. 반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 확대돼 아시아에서 예전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 한국에서 미국의 위상도 지난 50년 넘게 지속돼왔던 ‘혈맹 관계’에서 ‘하나의 대국’ 정도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영향력 축소는 동북아에 새로운 ‘힘의 균형’을 불러오게 되고 이에 따라 각국의 파워 게임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수천년을 이어온 동북아의 ‘균형자’ ‘중간자’의 역할을 싫건 좋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미국ㆍ유럽(EU)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의 축인 동북아의 중심에 서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세계 속의 강력한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향후 20년 동안 이 같은 국가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 200년의 국운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굴욕’을 겪게 될지 아니면 영광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인지가 이 ‘과제’ 속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세계 3대 축으로서의 동북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이에 관련된 인재들을 길러내고는 있으나 동북아의 특수성을 고유하게 살린 ‘동북아 대학’을 찾기는 어렵다. 만일 ‘동북아 대학’이 생긴다면 다음의 세 가지 분야를 학문적으로,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그 첫번째가 바로 문화이다. 한ㆍ중ㆍ일의 문화는 각각의 고유문화가 있지만 또한 3국의 문화가 교류되면서 생긴 3국의 ‘통(統)문화’가 있다. 어느 한 나라의 문화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퍼즐의 일부분만 맞추고는 전체 그림이라고 고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통문화’는 바로 역사와 철학, 그리고 시대의 사회심리가 반영된 3국 공통의 문화에 내재한 역사적 실체이자 민족성에 깔린 사상인 것이다. 이 통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앞으로 ‘한류’를 지속·발전시키는 것도, 중국ㆍ일본과 통상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며 외교 관계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이 같은 문화를 이해하는 통상전문가를 키우는 것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후 얼마 안 있어 일본과 중국이 이런 협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때 3국의 문화와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통상전문가가 몇 명이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3국의 통상 규모는 날로 늘어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와 금융의 안정을 위해 단일화폐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리라 본다. 세번째는 바로 국제협력 분야이다. 단정하기에는 좀 이르지만 아마 향후 10년 내로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안정적인 번영을 위해 ‘3국 공동합의체’ 같은 것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이는 3개국 모두에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한 국제기구 전문가 및 국제협상가들을 하루빨리 양성해야 한다. 지금은 100년 전보다 시간의 흐름이 열 배는 더 빠르다. 신중한 것은 좋으나 뒤로 미룬다면 그 미룬 시간의 열 배만큼 우리는 뒤쳐질 것이다. ‘동북아 대학’의 이 세 분야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드림팀’이 될 것이다.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며 바로 닥칠 미래는 애써 외면하는 교육자가 있다면 그는 국가 번영의 기회를 놓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3/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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