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상최고의 부도사태(사설)

어음부도율이 지난 10월중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어음 부도액도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기아사태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금융경색이 실물부문에 파급,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10월중 서울지역 어음부도율은 사상처음 0.46%에 이르렀다. 지난 82년 장령자사건때의 0.29%(전국 0.32%)를 크게 넘어섰다. 특히 하루 부도율이 1.96%로 2%대를 육박하기도 했다. 또 어음부도액은 올들어 9월까지 16조1천억원에 달했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기아부도액이 계속 늘어나고 쌍방울, 해태, 뉴코아 등 대기업 부도액까지 합치면 연말에 가서는 2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부도가 극심했던 지난해의 2배, 90년에 비해서는 13배나 많은 것이다. 부도로 쓰러진 업체도 9월까지 1만1천67개로 지난해보다 36%나 늘었다. 하루평균 50개사가 도산한 것이다. 기업 도산시대를 맞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것이 끝이 아니고 부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부도 리스트까지 계속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기업 돈가뭄이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은행은 사실상 대출을 중단했고 제2금융권은 대출금 회수에 바쁘다. 어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현금이 아니면 거래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신용공백도 우려된다. 기업도산의 급증은 기업의 과욕과 금융기관의 무책임, 정부의 정책 실패가 빚은 결과다. 기업의 차입경영과 무리한 확장에 은행이 무책임하게 자금지원을 해준 것이다. 은행이 사업성과 장래성만 꼼꼼히 따졌더라도 부도홍수는 막을 수 있었다. 정부의 방관도 부도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현실적으로 부도가 늘고 부도공포 확산이 예상되는데도 불경기 탓으로 돌리고 구조조정 과정의 불가피한 고통이라고 외면해 왔다. 기아사태가 금융경색으로 또 기업자금난으로 이어지면서 도산사태가 예견되었음에도 정부는 시장논리로 딴전을 피웠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증권 외환시장 불안이 촉발됐고 금융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으로 발전됐다. 그 결과가 부도사태 부도도미노 공포로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외환 증시가 다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좋아 보이지만 실물경기는 바닥권에 머물러 있고 체감경기는 아직 빙하기다. 구조조정도 좋지만 건실한 기업까지 흑자도산하고 있다. 산업기반인 중소기업은 하루하루 연명하기조차 어렵다. 이 시점에서 부도위기를 맞거나 이미 부도난 기업에 지원하겠다고 말로만 생색내는 것보다 금융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돈이 금융권에서 맴돌지 않고 기업에 흘러 돌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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