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장 안정대책/카드ㆍ투신 유동성 해결 되나] 5조 긴급투입 급한 불은 꺼질듯

정부가 3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신용카드사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발등의 불인 신용카드사와 투신사의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고 동맥경화에 걸린 카드채 시장을 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드사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4조원6,000억원으로 늘리는 대신 금융기관은 카드채 만기를 연장해주고 카드채 부실로 환매요청에 처한 투신권에 대해서는 은행ㆍ보험사등이 5조원의 긴급자금을 투입, 보유 카드채를 사주기로 했다.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와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 이를 중개하는 투신권이 공동의 양보와 부담으로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카드채 만기연장과 5조원의 실탄투입=투신사와 카드사에 대한 유동성이 지원방안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카드사의 유동성 경색과 자금시장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금융권 공동으로 88조원에 이르는 카드채 등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카드사들이 채권과 CP(기업어음)발행 등으로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89조원. 이중 10조4,000억원이 오는 6월말 만기다. SK글로벌 분식회계파문 이후 불과 20일 동안 카드사들은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4조원을 순상환, 영업자금까지 빚갚는데 쏟아야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은행(25조2,000억원)ㆍ증권(2조1,000억원)ㆍ보험(9조8,000억원)ㆍ연기금(8조원) 등이 보유한 카드채를 모두 연장해주기로 했다. 카드채 만기연장 연합군에는 펀드환매 요청으로 자금난에 처한 투신사도 합류한다. 다만 보유 카드채의 50%만 만기를 연장해주고 나머지 50%는 카드사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다. 투신사도 자금시장 난기류 해소에 동참한 만큼 다른 금융기관의 지원도 받는다. 은행ㆍ증권ㆍ보험사는 5조원의 자금을 동원, 오는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투신권 보유 카드채의 50%를 매입해 주는 방식이다. 5조원의 자금은 조합이나 펀드 형식으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운영된다. 특히 자금시장이 나빠지면 7월 이후 카드사로부터 상환 받은 자금이 다시 시장에 투입된다. 아직까지 금융기관별 자금출연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금융권 보유 카드채 비율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글로벌 사태이후 펀드환매규모는 25조원에 이르며 이중 절반정도인 10조원이 은행권의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단기성 상품에 유입돼 이 자금을 카드채 매입대금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 금융시장 불안확산은 일단 차단될 듯= 이번 조치로 당장 금융시장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채권의 만기가 연장돼 극심한 자금난에서는 벗어날 전망이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수수료인상 등 영업수지 개선노력으로 카드사들이 하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낼 때까지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과 보험사등이 조성하는 5조원 규모의 `종잣돈`은 채권시장의 자금흐름에 윤활유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기관이 투신사 보유 카드채의 50%를 인수하면 투신사 자금난도 덜어지며, 채권시장에서의 카드채 기피현상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기관별 합의이행여부가 열쇠=이번 대책은 카드사와 투신권의 자금난은 해소되지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모두 해결되기까지는 과제가 많다. 5조원을 출연하기로 한 은행ㆍ보험사가 카드채를 사들일 때의 이자율 등 매입조건이 결정되지 않았고, 카드사의 자기자본 추가확충여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카드사 대주주들의 증자참여 문제는 해당기업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이라는 변수도 있다. 유통시장의 침체가능성도 우려된다. 은행들이 보유 채권을 전량 만기 연장하거나 투신권으로부터 새로 사면 신규발행되는 채권을 매입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투신사 역시 마찬가지다. 보유 카드채의 절반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채권을 사들이기가 힘들어진다. 참여주체간 뿌리깊은 불신도 문제다. 지금까지 투신권과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은 서로 금융시장 불안이 `네탓`이라고 떠넘겨왔다. 정부가 `총체적인 합의`를 강조한 것도 바로 이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바꿔 말해 어느 한쪽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꼬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권구찬,송영규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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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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