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본수지가 90년대들어 첫 적자를 기록했다. 또 단기외화자금이 감소하고 공공부문의 조달이 늘어났다.한국은행은 98년중 자본수지가 유입 1,018억6,000만달러, 유출 1,058억5,000만달러로 39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고 17일 밝혔다.
자본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대외채무 상환이 늘어나고 대외신인도 저하 등으로 해외증권 발행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98자본수지 특징= 자본수지란 돈이 들어오고 나간 총량의 합계. 어떤 부문을 통해 외국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한 해답이 자본수지안에 들어 있다. 한국은행이 연간 자본거래만을 따로 떼어내 분석·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경상수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앞으로 외환정책에 자본수지 부문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자본수지가 적자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자본수지 흑자가 경제체질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적자 자체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지난해 자본거래 동향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 단기외화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점과 자본도입 패턴이 기업과 금융기관 중심에서 공공부문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외화자금 의존도 경감= 지난해 장기자본 순유입액은 153억6,000만달러인 반면 단기자본은 193억5,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그만큼 외국빚을 많이 갚았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단기 악성채무를 집중상환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입자본중 단기자본의 비중도 46.8%로 떨어졌다. 지난 90년 83.2%를 기록했던 단기자본 비중은 95년 73.3%, 96년 71.8%, 97년 61.3% 등 완만하게 하락해 왔었다.
◇유츌입 패턴 변화= 신뢰도가 떨어진 기업과 금융기관의 공백을 공공부문이 대신 메웠다. 이전까지 외자도입 통로였던 금융기관 등이 외환위기 이후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차입과 외평채 발행 등 공공부문의 자본유입액은 170억4,000만달러로 전체의 16.7%에 달했다. 공공부문의 비중은 5%수준에 머물던 IMF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장기외화조달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공공부문이 장기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들의 신뢰도가 회복되면 공공부문의 역할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입 외화 어떻게 쓰였나=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화자금은 모두 1,421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400억달러, 외국인투자 등 자본유입 1,019억달러, 자본이전(국내기업의 해외특허권판매) 2억달러 등이다.
이 가운데 69.8%에 해당되는 993억달러가 원금 상환(외국인투자자금 회수 포함)에 들어갔다. 들어온 돈의 주요 용처는 한은 외환보유고 확충 310억달러와 민간 및 금융기관의 대외자산 증가 68억달러. 나머지 51억달러는 오차 및 누락이다.
◇시사점= 한은은 4월 자본시장 추가개방 등과 맞물려 투기적 외화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별로 중시하지 않았던 자본수지를 자세히 들여보기 시작한 것도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인한 시장교란을 사전에 대비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외국인투자자금이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핫머니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 외국인자금 유출입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홍우 기자】